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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시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내수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지화 마케팅과 강력한 지식재산권(IP) 보유 여부가 향후 게임업계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퍼스트 디센던트'가 흥행에 성공하며 올해 3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넥슨의 3분기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65%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중국에 출사표를 던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글로벌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돌파했는데 매출의 82%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는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에서의 현지화 전략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6월 'BGMI'에 인도 인기 배우 란비르 싱을 캐릭터로 등장시키고 지난해에는 인도 크리켓 선수 '파드리크 판디야'의 캐릭터를 넣거나 발리우드 영화 '요다'를 차용해 게임 속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현지 이용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크래프톤은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인 71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3244억원으로 71.4%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넷마블 역시 웹툰 IP를 활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북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북미 지역은 한국 게임사들이 전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장이지만 넷마블은 한국 웹툰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IP와 현지화된 마케팅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외연 확장을 위해 지난 8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호연'을 글로벌 시장에 내밀었지만 실패했다.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출시해 출시 초기에는 인기를 얻으며 1위에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존의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뽑기'식 과금 시스템이 해외 이용자들에게 반발을 사며 흥행에 실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데, 이를 간과한 엔씨소프트의 전략이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실적 결과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히트 IP 보유 여부와 현지화 역량이 게임 업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켰다. 넥슨과 넷마블은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펼쳤고, 크래프톤은 현지 문화를 이해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게임 문화와 이용하는 기기, 돈 내는 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큰 만큼 과금 구조부터 게임 장르까지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흥행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