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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로 현금을 수거한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공탁금을 수금하러 온 것처럼 속여 현금을 수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11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신혜영)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57·여)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15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가게 앞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B씨에게 1800만원 납입증명서를 교부해 마치 공탁금을 수금하러 온 것처럼 속였다. 당시 현금 1800만원을 받은 그는 이후 6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1억3251만8000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문서인 타인 명의의 납입증명서를 위조해 행사한 혐의도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출이자 연 1%로 대출을 해 줄 테니 대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카드론을 받아 현금으로 대출금을 변제하라" "공탁금을 입금해야 한다"는 취지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중하며 피해자가 다수고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실제로 법무사 사무실 수습 직원으로 취직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믿어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검찰 역시 1심 형량이 가볍다고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면 면접 절차 없이 채용됐고 법무사 사무실 명칭이나 실제로 존재하는 곳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업무를 시작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가정도우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제출했다가 (중략) 법무사 사무실 보조 인력 관리업체라는 사람으로부터 이력서를 보고 연락받아 업무하기로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전화 금융 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비대면 채용이 이뤄져 피고인이 의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