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취임 하루를 앞두고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MAGA 대선 승리 축하 집회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환영하고 있다. 2025.01.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취임 하루를 앞두고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MAGA 대선 승리 축하 집회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환영하고 있다. 2025.01.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2억7700만달러(4000억원)를 쏟아부어 트럼프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밀월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식에서 머스크를 비롯한 빅테크 CEO들은 장관 후보들보다 앞인 상석에 앉았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첫 번째 친구'(first buddy)로 부르며 당선인 시절 세계 지도자들과 통화할 때, 가족과 식사할 때, 내각 구성원을 선별할 때 그를 곁에 두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을 자신의 비행기에 태우고 스페이스X 발사나 UFC 경기, 육군-해군 축구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런데 이처럼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닌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두 거대 이기주의자는 혼자 빛나기를 원한다"

지난 17일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앨런 슬로언은 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 기고문에서 "'두 거대 이기주의자'(the biggest egotists)가 몇 달 동안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자신처럼 트럼프를 수년 동안 지켜본 사람이면 이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슬로언은 트럼프가 자신만 독보적으로 빛나고 싶어 하지 다른 이들과 스포트라이트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매릴랜드주 랜도버에서 열린 육군-해군 풋볼 경기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털시 개버드 DNI 국장 지명자와 관전을 하고 있다. 2024.12.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매릴랜드주 랜도버에서 열린 육군-해군 풋볼 경기를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털시 개버드 DNI 국장 지명자와 관전을 하고 있다. 2024.12.1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는 둘의 브로맨스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작가인 데이비드 나사우는 NYT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백악관에는 단 한 명의 스타만 설 자리가 있다"면서 트럼프가 "승리와 중앙 무대를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사우는 그 근거로 공화당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와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 거액을 기부한 앤드루 카네기를 들었다. 그는 매킨리가 암살당하고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자신이 수석 외교 정책 고문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수많은 제언을 했다. 하지만 고스란히 무시되었고, 그와 비슷하게 미디어 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백만장자인 조지프 케네디도 공화당에 기부만 통 크게 하다가 팽당했다고 예를 들었다.

미미하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둘 사이의 균열 기미도 감지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NYT 백악관 특파원 매기 하버먼을 인용해 당선인 시절 "트럼프가 주변 사람들에게 머스크가 너무 자꾸 맴돈다"고 약간 불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당선인 시절 마러라고에서 자기 기분이 좋을 때마다 찾아오는 머스크에 지친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머스크 대통령'이라고 조롱한 것이 트럼프의 폐부를 찔렀다는 설명이다.

지난 1기에서 '트럼프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최근 이탈리아 언론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정말 사악한 사람이다. 그를 막는 것이 내겐 개인적인 쟁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전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다짐과 달리 머스크는 취임식의 상석에 자리했지만 NYT는 "처음에는 머스크의 공화당 정치 진출을 환영했던 일부 우익 인사들은 이제 속았다고 느끼며 동맹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5일 (현지시간) 암살 시도가 일어났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참석해 점프를 하며 지원을 하고 있다. 2024.10.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5일 (현지시간) 암살 시도가 일어났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참석해 점프를 하며 지원을 하고 있다. 2024.10.0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트럼프미디어 지분 팔기 원해"…머스크에겐 '껌값'

하지만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현실적인 이유로 한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널리스트인 슬로언은 트럼프가 자신이 소유한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이하 트럼프 미디어)의 지분을 머스크에게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트루스소셜 소유 회사인 트럼프 미디어의 가장 최근 시장 가치는 88억달러였는데 이는 보유한 현금 81억달러보다 더 많다. 트럼프와 조 바이든과의 토론과 당선 후 급등하다가도 급락하는 등 이 기업 주가는 변동 폭이 크다. 게다가 법률 비용과 스트리밍 사업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결산에서 1900만달러라는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했다.

트럼프는 부인하지만, 그가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트럼프의 지분 1억1475만주 가치는 약 47억 달러에 이르는데 포브스 억만장자 1위인 머스크에게 이의 인수가는 껌값에 불과해 트럼프가 머스크를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X와, 트럼프가 선호하는 매체인 트루스소셜까지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되어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슬로언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