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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8세 김하늘양이 40대 여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교육기관 종사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초등교사들은 최근 5년 새 2.3배 이상 늘어났다.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2018~2024년 상반기 우울증, 불안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는 1만9766명,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는 1만5354명이다. 우울증·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교육기관 종사자 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3만5000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세부적으로 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는 ▲2018년 1만3975명 ▲2019년 1만6143명 ▲2020년 1만6235명 ▲2021년 1만9279명 ▲2022년 2만2895명 ▲2023년 2만6408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지난해 상반기 현황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보육시설 1037명 ▲유아 교육기관 3069명 ▲초등학교 7004명 ▲일반 중등 교육기관 3433명 ▲고등 교육기관 5522명이다.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 또한 ▲2018년 1만4305명 ▲2019년 1만5966명 ▲2020년 1만5952명 ▲2021년 1만8751명 ▲2022년 2만0298명 ▲2023년 2만2060명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인원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보육시설 880명 ▲유아 교육기관 2701명 ▲초등학교 5091명 ▲일반 중등 교육기관 2635명 ▲고등 교육기관 4223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보육시설 및 교육기관 종사자 직장가입자 수 1000명당 19.6명이 우울증으로, 1000명당 15.2명이 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았다.
정신건강 문제 겪는 교원 급증… 현직 교사들 "학부모 민원이 직접적 원인"
일각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교원이 늘어난 이유는 아동학대 신고 우려, 비본질적 업무 증가 등 교권 하락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명으로 교사 인증을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한 비공개 교사 커뮤니티에는 "가해 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다" "불법 도·감청을 조장하고 있다" "정병(정신병) 교사 양산은 학부모들에게도 책임 있다" "우울증은 정신병자 학부모의 악랄하고 상습적인 협박과 민원이 직접적인 원인 탓"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이 같은 의견에 대해 "한 교사의 극단적인 범죄 행위" "우울증 진단 내고 휴직하면 잘릴까 봐 무섭다" "교권 추락으로 우울증 앓는 교사들 늘어나는데 교사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다 안전하다" 등의 댓글이 게재됐다. 또 "애초에 무방비 학교에서 돌봄 한 게 문제지. 왜 교사 탓을 하냐. 그렇게 걱정되면 학교 폴리스(경찰)라도 당장 뽑아서 학교마다 배치해서 지켜라"라는 의견도 나왔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조교수는 가해자의 우울증이 부각 언급되는 데 대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하다. 10명 중 9명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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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쯤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초등학교에서 8살 김하늘양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하늘양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발견 당시 교사 목과 팔에도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나 있었는데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한 것이었다. 교사는 수술 전 범행을 시인, 경찰에 복직 후 수업에 배제돼 짜증이 나 범행을 저질렀으며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진술했다.
20년 차 정교사인 교사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6개월 동안 질병 휴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다는 정신과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같은 달 30일에 조기 복직했다.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로 근무했지만, 해당 학교가 방학 중인 관계로 실질적인 수업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