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 혼용률 문제가 지속되자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명동거리 소재 한 의류매장에 패딩 점퍼가 걸려 있다. /사진=뉴스1
패션업계에서 혼용률 문제가 지속되자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명동거리 소재 한 의류매장에 패딩 점퍼가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캐시미어·다운 상품의 혼용률을 속인 브랜드와 상품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품질검사와 관련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션 유통구조가 복잡하게 짜여 있는 상황에서 품질검사와 관련한 허점이 있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무신사는 지난달부터 진행하고 있는 입점 브랜드의 다운·캐시미어 소재 적용 상품에 대한 전수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무신사는 지난달부터 다운과 캐시미어 상품 7968개 상품에 대해 소재 성분·혼용률 증명이 가능한 자료와 시험성적서를 요청해 약 87%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브랜드의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던 지그재그, 에이블리, W컨셉, SSF샵, 롯데백화점 등은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의류 제작·유통 과정에서의 품질검사 제도가 느슨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패션업계 유통 구조는 원단 납품→국내외 공장서 상품 생산→유통업체 통한 상품 판매까지 원단 납품사, 제조사, 유통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손을 거친다. 대부분 원단 상태에서 품질검사를 받는데 해당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품 택에 붙는 정보를 작성한다. 이는 상품 품질표시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위한 검사로, 원단 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상품 제작 이후 품질검사를 하는 것도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기재된 정보와 다른 원단이 사용돼도 검사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유통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나 브랜드에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원단 업체에서 내부적으로 검사한 결과를 확인 없이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상품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브랜드나 기업들은 상품 제작 후에도 검수과정을 거치는 등 관리를 하겠지만 별도의 검수 없이 처음의 원단 품질검사 결과를 믿고 정보를 기재하며 최근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작정하고 혼용률을 속이려면 속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하는 주먹구구식 구조"라고 비판했다.

품질 인증을 위한 시험성적서 제출도 최근 사태가 불거진 후에야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상품의 원산지와 성분을 표기하는 상품정보제공고시에 관한 의무가 있지만 이 역시 예외적으로 생략을 허용하고 있다. 섬유 성분 소재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도록 규정하지만 충전재의 성분 구성에 대한 정보는 의무가 아니다. 기능성 의류에 한해서만 시험성적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패션 산업 구조에 아직 허점이 많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