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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투자 기업에 지급하기로 했던 반도체 보조금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긴장감이 커진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확정한 반도체법을 재검토해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39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법 및 과학법 산업 보조금 조항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도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 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칩스법을 제정해 527억달러(약 73조원) 규모의 반도체기금을 편성했고 이 가운데 390억달러(약 54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5% 세액공제도 지원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부유한 기업들이 들어와 돈을 빌려 반도체 공장을 세우도록 수십억달러를 지원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회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29일 미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해외기업들이) 미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370억달러 이상을 들여 2026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와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2028년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미 상부부와 최대 4억5800만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계약했다.
미국의 보조금을 빋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재협상 방침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조금이 삭감되거나 장기간 지급이 연기될 경우 공장건설이나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보조금 재협상을 빌미로 추가적인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도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알루미늄에 25%의 세율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15조5300억원)로 전체 품목 중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대부분을 중국과 한국 등에서 제조하는 만큼 미국의 반도체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