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평가에서 상위 10개 기업 중 한국 업체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1위에 올랐고, 현대차 그룹의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은 15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이드하우스가 발표한 '2024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위권 내 한국 기업은 없었다. 가이드하우스는 매년 전 세계 자율주행 기업의 전략과 실행 역량을 평가해 ▲리더(Leader) ▲경쟁자(Contenders) ▲도전자(Challengers) ▲팔로워(Followers) 그룹으로 분류해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평가에서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가 각각 1, 2위로 리더 그룹에 포함됐다. 이어 ▲모빌아이 ▲엔비디아 ▲오로라 ▲플러스 ▲위라이드 ▲죽스 ▲가틱 ▲크루즈 등이 경쟁자 그룹으로 분류됐다. 상위 20개 기업 중 미국(10개)과 중국(8개)이 90%를 차지하며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해 13위에서 두 계단 상승한 11위를 기록하며 경쟁자 그룹에 포함됐다. 반면 모셔널은 1년 전보다 10계단 하락한 15위로 떨어졌다. 가이드하우스는 모셔널이 2023년까지 계획했던 로보택시 상용화를 2026년으로 연기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테슬라는 20개 업체 중 최하위권으로 팔로워 그룹에 포함됐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여섯 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대부분 기업이 레벨2 기술을 적용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미국에서 레벨3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점차 레벨3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100%) 대비 89.4%로다. 유럽연합(EU, 98.3%), 중국(95.4%), 일본(89.7%)보다 낮다. 업계는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제도 마련이 지연되면서 기술 개발이 늦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중국은 로보택시 서비스를 도입하며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중국은 광저우, 우한 등 주요도시에서 개방된 자율주행도로 총 2만2000㎞를 확보하고 2000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이용자수는 90만명에 달한다. 국가주도형 자율주행사업에 힘입어 바이두는 자율주행 누적 운행거리 1억1000만㎞를 달성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에 2552대의 자율주행 운행을 허가하고 가이드라인 중심의 정책을 운영 중이다. 웨이모의 경우 연 4조2000억원의 운영비를 투입해 자율주행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웨이모의 누적 운행거리는 5300만㎞에 달한다.
2014년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2019년에 2024년 지능형 교통망 구축과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의견 차이로 사업은 정체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시범사업만 진행되고 있다. 국내 1위 자율주행 업체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운행거리는 57만㎞로 웨이모의 0.94%, 바이두의 0.45% 수준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주행사업자(DSP) 제도를 도입해 자율주행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DSP는 자율주행 기술의 최적화와 검증을 담당하는 사업자로, 이를 통해 데이터 축적과 기술 개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원본 데이터의 활용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자율주행 영상정보의 원본활용을 제한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무조정실 등 다양한 정부 유관 부서들도 규제 개혁과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장은 "한국은 자동차 생산, 도로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등 모빌리티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며 "DSP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국가 역량을 결집한다면 글로벌 자율주행 1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