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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4년 가까운 하락세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다 미국 중심의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성 회복 기대감이 커진 것.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가 공존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머니S는 중국증시 전망을 둘러싼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인의 진단을 종합해 미·중 밸류에이션 격차·기술주 랠리·AI 산업 성장성과 같은 핵심 쟁점을 점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중국증시 리스크 요인과 전략적 시사점도 함께 들여다봤다.
"미국 고평가·중국은 이제 시작"…밸류 격차 축소 전망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며 미국 증시와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리스크와 규제 불확실성,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장기 할인' 상태에 머물던 중국 증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금 쏠리는 모습이다.특히 '기술주'가 올해 중국 증시 반등을 주도했지만 중국 증시 전망과 관련한 증권가의 시선은 엇갈린다. 중국 증시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보는 낙관론도 있지만 단기 과열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중국과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차이는 2024년을 정점으로 2025~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중국의 장기 할인 요인이 해소되고 있고, 경기·수급 사이클의 비대칭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술주가 수급 과열을 소화한 이후 다시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도 "중국 증시는 4년간의 하락세로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으며, 선부론 기조 전환 이후 밸류 매력이 높아졌다"며 "AI(인공지능) 기술이 미국 독점 구도에서 벗어나 중국 기술기업에도 재평가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의 정책 기조 전환이 '공동부유→민간기업 활성화'로 이동하며 시장에 신호를 줬다고 분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은 단기적으로 관세와 실적 불확실성이 증시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지만, 중화권 증시는 구조적인 반등 흐름을 이어가기엔 아직 여건이 부족하다"며 "공격적 대응보다는 보수적 대응이 적절하다"고 했다.
1분기 반등장을 주도한 중국 기술주는 여전히 시장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과열 우려와 정책 변수, 실적 불확실성 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황 센터장은 "1분기 기술주 랠리는 과열된 수급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미국 관세 이슈나 실적 발표 시점에 따라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연간 흐름에선 AI, 민영기업 중심 주도주 흐름이 유효하지만, 순환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테마 쏠림에 따른 일시적 랠리보다는 섹터별 교체 매매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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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센터장은 "시진핑 주석이 민영기업 수장들과 좌담회를 열고 AI 기반 신사업 진출을 독려하면서 민간 테크기업의 사업 확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짚었다. 과거 텐센트를 게임 기업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AI 기업으로 밸류에이션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중국 기술주의 저평가 매력은 분명하지만,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글로벌 확장성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 동력 측면에선 모두 AI 관련 산업군에 속하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황 센터장은 "중국은 자율주행·전기차·로봇이 결합한 물리 AI 분야에서 신흥국 내 경쟁력이 높다"며 "산업 도입 초기에 극심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바스켓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데이터 활용과 AI 알고리즘 개발에선 미국과 다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전기차는 이제 자율주행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산업화 속도가 빠르다"며 "중국은 AI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특히 LLM·AI 에이전트 기술에서 잠재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 센터장도 "중국은 로봇·무인차 등 물리 AI 기술 수준이 상당하고, 단기적으로는 AI 기반 자동화 기기 시장이 유망하다고 본다"고 했다.
"중국 정부 정책 사이클상 증시 지원 국면… 투자자, 정책·시장구조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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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의 고질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정부 개입'에 대한 불신이다. 과거 공동부유 기조 아래 이뤄진 빅테크 규제,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은 투자심리를 크게 훼손한 바 있다.
황 센터장은 "대내외 신뢰 훼손은 쉽게 회복되진 않겠지만 부동산·내수 회복, 외교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 중심으로 선별적 접근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AI 산업은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지금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규제 리스크보다는 정책 드라이브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중국 시장 구조와 정책 민감도를 고려한 투자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센터장은 "홍콩 증시는 상하·하한가 제한이 없어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보다 안정적인 접근을 원한다면 본토시장 종목이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최 센터장은 "4월 초 미국의 관세 부과 같은 외부 변수에 따른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며 "장기 상승성을 염두에 두되, 미국의 대중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도 "중국 기업이 중화권 외부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개인정보 규제와 외교적 마찰이 여전히 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