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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지역까지 번지자 영덕에서 산불을 피하던 주민이 얼굴에 물을 묻혀가며 1시간이나 기어서 대피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7일 영덕 산불 이재민의 딸 A씨는 산불이 번지던 중 통신이 마비돼 연락이 끊어졌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KBS를 통해 전했다. A씨는 "영덕군 화천리에 대피하라는 안내가 없었다"며 "집에 홀로 있던 어머니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었는데 천천히 귀중품을 챙기던 중 산불이 몰려왔다"라고 밝혔다.
타닥타닥 불이 번지는 소리에 수상함을 느껴 밖으로 나온 A씨 어머니는 연기와 불똥이 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챙기던 귀중품을 내팽개치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A씨가 제보한 CCTV 영상을 보면 불길은 약 10분 만에 집을 뒤덮었다. A씨는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차를 타고 갈 상황도 아니었다더라. 갑작스러운 산불에 어머니는 휴대폰만 손에 쥐고 도랑으로 대피했다"며 "연기가 매우면 얼굴에 물을 적시면서 1시간을 기어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영덕 일대는 통신이 마비됐고 A씨 가족은 한동안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렀다. A씨는 "연락이 안 되는 3시간 동안 엄청 걱정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밤 9시쯤 대피하라는 안전 문자가 도착했는데 그때는 이미 집이 화마로 다 뒤덮였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의성발 산불로 현재까지 영덕에서만 9명이 사망했고 영양 6명, 청송·안동 각 4명, 의성 1명 등 24명으로 집계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28일 낮 12시 기준 경북 산불의 평균 진화율은 94%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