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평가의 배경은 뭔가. 우선 높은 가성비(고성능·저비용)를 꼽는다. R1 모델은 오픈AI의 챗GPT(ChatGPT)와 맞먹는 성능이면서도 발표된 개발비용은 560만달러(약 80억원)로 챗GPT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AI모델에 수조 원을 쏟아 부은 오픈 AI, 엔비디아 등 기존 선두업체들은 비용구조와 운영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도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공개해서, 자금이 부족한 중소벤처나 개인도 쉽게 접근, 각자의 필요에 따라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딥시크 돌풍이 향후 AI 등 산업구조 변화엔 어떤 영향을 줄까. 첫째, AI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알고리즘)의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따라서 AI 알고리즘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대기업뿐 아니라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들의 참여 확대로 AI 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거라고 본다.
둘째, R1의 저비용과 오픈소스 활용을 통해 AI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거라는 시장 의견이다. 특히 민감 데이터를 다루는 금융·의료·공공 부문에서의 유인이 커지고, 그에 따라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도 부각될 전망이다.
셋째, AI 글로벌 경쟁구조의 변화다. 미국의 고성능·폐쇄형 모델에 대해 중국이 효율적인 개방형 모델로 도전장을 던짐으로써, AI의 글로벌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데이터 보호·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 알리바바, 화웨이 클라우드 등으로 글로벌 빅데이터를 구축, 지역별 맞춤형 AI 모델을 개발,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신흥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키우고 있단 얘기다. 예컨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클라우드와 AI 연구 허브를 구축, 對중국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넷째, AI혁명의 본격적 확산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벤처 AI 기업들이 혁신에 동참함으로써, 다양한 산업에서의 AI 활용 융합기술이 개발되고, 이에 따라 AI산업 자체뿐 아니라 전산업으로 AI혁명이 확산할 전망이다. 마치 25년 전 인터넷 플러스 PC혁명에서 PC(퍼스날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혁명이 전산업으로 확산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일 거라는 거다. 물론 딥시크 돌풍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보안 이슈가 그것. 딥시크 R1모델의 오픈소스 접근은 혁신과 협업을 촉진하지만,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및 악용, 해킹 등 보안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안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전쟁의 핵심인 반도체가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또 AI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알고리즘)로 바뀌는 동안, 아쉽게도 별다른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관련 업계와 정책당국이 '생즉사 사즉생'의 마음으로 이 전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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