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연동제가 시행된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계약된 비율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시행된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계약된 비율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하도급업체의 원자재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된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건설현장에서 실제 계약된 비율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 하도급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도급대금 연동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 따라 주요 원재료 가격의 상승분을 원청과 하도급업체가 분담하는 제도로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고 건설업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2023년 10월 시행된 후 약 1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지난 2월 7일부터 14일까지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원사 4만여개 중 29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개사(6.2%)만이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적용했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의 적용 조건이 현실과 동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현재 연동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여야 하고 ▲원재료 가격이 10%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의 이상으로 변동해야 한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건설업에서 원재료가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2023년 기준 하도급대금 원가 구성은 노무비가 48.9%로 가장 높고 재료비는 19.3%에 불과했다.

홍 실장은 "대부분 하도급업체가 원재료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원청이 발주한 후에 지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이 10%가량 변동해야 한다는 조건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이한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이행관리팀장은 "현시점에 원재료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연동제를 적용했을 때 실익이 적다"며 "현장에서 실무진을 만나보면 원재료 가격 상승이 급격했던 2022년에 시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설문에서 연동제 적용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홍보 부족'(69.9%)으로 드러났다. 이 팀장은 "현장 실무진도 아직 낯설다는 분위기"라며 "컨설팅을 지원해도 세부 항목이 9개에 달해 절차가 복잡하고 중소기업에는 인력이 한정돼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원재료 범위에 노무비를 추가하거나 예외 사유를 개선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그러나 홍 실장은 "노무비를 추가해도 10%까지 가격이 변동된 사례는 많지 않다"며 "더불어 원재료의 가격 변동도 5% 이내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