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속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시공능력 10위권 내 주요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이 90%를 웃돌았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스1
건설경기 침체 속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시공능력 10위권 내 주요 건설업체들의 원가율이 90%를 웃돌았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스1

건설경기 침체 속 원자재와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건설업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시공능력 10위권 주요 건설업체 가운데 8곳이 원가율 90%대를 넘었고 100%를 넘는 경우도 발생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건설업체의 평균 원가율은 93.6%로 나타났다. 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100%를 초과하면 공사 수익 대비 비용이 컸다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원가율이 각각 105.35%, 100.66%를 기록해 수익성이 가장 저조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컸던 것이 높은 원가율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과 별도 집계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원가율은 97.91%를 기록해 100%를 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사업 손실로 1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통상 80% 수준에서 원가율이 관리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94.15%) ▲롯데건설(93.52%) ▲GS건설(91.33%) ▲대우건설(91.16%) ▲HDC현대산업개발(90.55) ▲SK에코플랜트(90.03%) 등은 원가율이 90%를 넘었고 ▲DL이앤씨(89.8%) ▲삼성물산 건설부문(89.38%)만이 원가율이 80%대를 유지했다.


삼성물산은 패션·상사·리조트 사업부문을 경영해 건설부문 원가를 별도 공시하지 않았지만 매출(18조6550억원) 대비 이익(1조9820억원)을 기준으로 원가율은 89%대로 추정된다.

이에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3% 급감한 618억원을 기록했고 대우건설(-39.2%) 롯데건설(-34.7%) 등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공사할수록 손해… 건설업계 '고환율·고비용 늪'

지난해 시공능력 10위권 내 주요 건설업체들은 원가율이 90%를 웃돌며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지난해 시공능력 10위권 내 주요 건설업체들은 원가율이 90%를 웃돌며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원자잿값이 급등하고 인건비마저 오르면서 건설공사비지수는 수년째 상승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월(129.77) 7월(129.96) 8월(129.72)을 제외하고 130을 지속 상회했다. 해당 지수는 2020년을 기준(100)으로 건설공사에 투입된 재료·노무·장비 등 직접공사비 가격 변동을 측정할 때 사용된다. 130이란 수치는 2020년 대비 공사비가 30%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공사비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건설업체들은 선별 수주와 신사업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비사업 입찰에서 유찰이 반복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거나, 공사비 인상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고환율도 장기화돼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건설자재 가격이 상승해 공사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형 건설업계도 올해 수익성 악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가 급상승했다"며 "국내 정비사업에서 조합과 공사비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증액 사유가 인정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업의 경우 공사비를 달러로 수금하며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비용 지출도 고려하면 변동성이 크다"며 "원가 관련 요소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원가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