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복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대해서는 유예조치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지난 2월과 3월에 각각 10%씩 20%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이번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였으나,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한 추가관세를 더해 총 125%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상호관세의 가장 큰 타킷이 중국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간의 관세로 촉발된 무역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어 최대 수출국과 최대 수입국간의 해상물동량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해운정보회사 라이너리티카사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의 총 컨테이너 화물 수입 중 중국으로부터 41%가 수입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생필품 중 일부는 상호관세율이 10%에 불과한 트루키에 등을 우회하여 수입될 수 있지만, 결국 재고가 바닥나면 소비자 원성이 높아질 것이고, 미 정부는 우선 중국 생필품 수입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를 우선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관세부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해운분야는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선 부문이다.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올해 들어 물동량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인상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드라이벌크 화물은 관세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관세전쟁으로 중국경제 침체가 오면 석탄과 철광석 수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또 하나의 세계 무역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중국산 선박에 대해 미국 항만 입항시 최대 150만 달러까지 항만 요금을 부과하는 제안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선사 선박, 중국산 선박,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 모든 선사 선박이 미국 항만에 기항할 때마다 엄청난 항만 요금을 부과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현존 선박의 20%를 건조하였고, 세계 신조선 발주량의 53%를 수주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가 실시한 3월 25일과 27일 이틀에 걸친 공청회에 제출된 520여개의 의견서 대부분이 비판과 반대 입장이며, 이는 1920년 미 존스법안의 제안 이후 가장 많은 반대의견이 제출된 것이라 한다. 공청회의 내용이 녹음 금지로 진행되었지만 미디어들의 전언에 의하면 미국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은 기존 중국산 선박이 한국산 또는 일본산 선박으로 대체되고, 중국산 선박은 미국 이외의 지역 항로에 투입되는 이중구조(two-tier market)의 해운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컨테이너 선사들이 기항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미국 대형 항만에 선택적으로 기항할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미국 주요 항만의 체선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 국제해운회의소(ICS), 세계선사협의회(WSC), 유럽선주협회(ECSA), 아시아선주협회(ASA) 등 세계 모든 선주단체들도 수수료 부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의 비효율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USTR의 제안이 실제 추진될 경우 클락슨사에 의하면 미국항만에 기항하는 컨테이너선의 83%, 그리고 자동차운반선의 66%, 유조선의 33%가 항만요금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중국 해운·조선에 대한 제재일 뿐만 아니라 미국 조선업과 상선대의 부활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관세 부과 조치처럼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세계 해운선사들은 관세부과와 중국선박에 대한 항만비용 부과조치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미국의 수입보다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세계 해운에는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교역 대신 지역내 교역이 대신하게 될 것이고, 주요 항로의 톤마일 수요가 감소하면서 기존에 형성된 해운항로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북미항로에서 일시적으로 수급 불균형으로 운임 강세를 보일 수는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관세조치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기항 중국선박 제재까지 이루어지면서 미국 이외 전 세계 항로에서 수요 부진에 중국선박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해운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요 및 공급의 변화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해운시장에 가장 큰 변수는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후티 반군의 홍해 통과 상선 공격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중국 해운·조선산업의 301조 위반 조치, 미·중 갈등 고조로 대만해협의 위기감 증대 등의 국제정치 사건들로 인해 세계 무역과 해운시장은 다시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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