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영권 분쟁에도 연구·개발에 힘쓴 한미약품이 올해도 기조를 이어가며 신약개발 명가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한미약품 석·박사급 연구인력 수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도 연구·개발에 힘쓴 한미약품이 올해도 기조를 이어가며 신약개발 명가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한미약품 석·박사급 연구인력 수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미약품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었음에도 R&D(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올해는 경영 안정화를 발판 삼아 신약개발 명가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2023년 637명이던 연구 인력을 지난해 676명으로 늘렸다. 전년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이는 5대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한미약품에 이어 ▲종근당 549명 ▲유한양행 447명 ▲녹십자 432명 ▲대웅제약 224명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문 연구 인력 확대가 눈에 띈다. 석·박사급 연구 인력은 지난해 416명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박사급은 96명, 석사급은 320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23.1%, 7.7%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전문 인재를 확보해 중점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비 투자도 늘렸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난해 14.0%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R&D 모멘텀 다수 보유… 비만·항암 파이프라인 '기대감'

사진은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사이언스
사진은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은 올해 경영 안정화를 바탕으로 R&D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최근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신약개발 명가 한미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핵심축은 비만치료제와 항암제로 올해 다수의 R&D 모멘텀이 예고돼 있는 상태다.

현재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를 위한 핵심 연구 프로젝트인 H.O.P(Hanmi Obesity Pipeline)에 주력하고 있다. H.O.P 프로젝트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HM15275 ▲HM17321 등 3종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다. 이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 하반기 임상 3상 종료가 예상된다. 임상 결과 발표와 품목허가 신청은 올해 말부터 다음해 초 사이 이뤄질 예정이며 다음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중작용 비만 치료제 HM15275는 오는 6월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올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HM17321은 올 하반기 임상 1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HM17321은 전임상 단계에서 HM15725와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해 향후 패키지 기술이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후보물질은 총 13개다. 최근 차세대 표적항암 혁신신약 HM97662의 신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며 임상 유효성을 높일 근거를 마련했다. 이달 말 열리는 2025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5)에서 HM97662를 포함해 총 7개 후보물질에 대한 11건의 비임상 연구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매년 연구개발에 매출의 13% 이상을 지속 투자하고 있고 연구 인력을 꾸준히 확충하며 R&D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개발 중인 혁신신약들이 중요한 진전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