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SUV 최강자의 화려한 귀환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진동, 각진 디자인 등으로 상징되던 SUV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전용 SUV보단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가 대세다. 캠핑 등 레저활동에 적합하면서도 도심 위 안락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SUV 전성시대가 열린 가운데 도심형 SUV의 원조가 돌아왔다. 세계 최초 크로스오버형 SUV 'RAV4'(라브4)가 '풀 체인지'돼 국내 상륙한 것이다. 3년 만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 RAV4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겁다.

◆겉은 세련되게 안은 넉넉하게

더 젊어지고 콤팩트해진 RAV4를 서울 서초동 토요타전시장에서 출발해 충남 태안 둘레길 오토캠핑장까지 왕복 400km 구간을 시승하며 달라진 점들을 직접 확인해 봤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2.5리터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RAV4는 최대출력 179마력, 최대토크 23.8㎏·m로 이전보다 수치상 성능이 각각 5마력, 0.3㎏·m 떨어졌다. 공차중량은 1640㎏에서 1635㎏으로 5㎏ 가벼워졌다.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RAV4는 생각보다 더 콤팩트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만났을 때 느꼈던 크기감과는 사뭇 달랐다. 실제 RAV4의 크기는 4570×1845×1705로 3세대 모델 4620×1855×1705보다 작아졌다. 하지만 휠베이스는 기존모델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얼굴은 매우 낯이 익다. 캠리로부터 시작된 토요타만의 패밀리룩을 갖추고 있다. 가로축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전면부는 날렵해진 헤드라이트에 라디에이터 그릴 중간에 박혀있는 토요타 로고와 깔끔한 크롬라인이 더해져 밋밋했던 기존 얼굴에서 벗어나 개성있게 변화됐음을 느끼게 했다.

후면부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없앴다. 뒷문짝에 달려있던 스페어 타이어를 트렁크 내부로 옮겼다. 트렁크를 여는 방식도 좌에서 우로 열리던 것을 아래에서 위로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동식으로 열고 닫히는 트렁크는 사용자의 신장에 따라 개방된 높이를 조절하는 레벨링 메모리 기능이 적용돼 편리함을 더했다.

실내는 공간 활동성이 단연 돋보인다. 운전석의 안락함은 두말할 것 없으며, 특히 뒷좌석의 무릎 공간이 매우 넉넉하게 설계됐다. 4인 이상 가족이 탔을 경우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함을 느끼기 충분하다.

독특한 수평적 디자인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불편함을 초래한 인테리어 설계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시트히트 버튼과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운전모드 버튼은 튀어나온 축 아래 안쪽으로 위치해 누를 때마다 힘이 들었다. 더불어 전면부 디자인과 통일된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왼쪽다리를 다소 불편하게 만들었다.

도심형 SUV 최강자의 화려한 귀환

◆SUV에 세단의 정숙함을 더하다

주행 시의 느낌은 한마디로 '스무스'(Smooth) 했다. 단번에 팍 치고 나간다든지 가속구간별로 통통 튄다든지 하는 감은 없었지만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속력이 올라갔다. 운전의 묘미가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는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에코모드에서 스포츠모드로 변환하면 확 달라진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코너링 시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핸들링 반응속도와 바퀴 제어가 더 빨라진다. 같은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아도 RPM은 더 빨리 오르고 디젤 엔진 수준의 힘을 발휘한다.

이는 새롭게 적용된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 4WD 시스템 덕분인데 전륜과 후륜 사이의 토크 전달을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제어하며, 주행상황의 다양한 센서가 정보를 조합해 후륜으로의 토크를 자동으로 컨트롤한다. 다만 연비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모드를 계속 유지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가솔린 엔진답게 디젤 SUV와 비교해 소음과 진동에서 보다 안락함을 준다. 전방 시야도 널찍하게 확보돼 초보자들도 운전이 용이하며, 사각지대경보시스템(BSM) 덕분에 눈의 피로도 덜어준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4륜구동이 리터당 10.2km, 2륜구동이 11km다. 구형모델 대비 6% 이상 높아진 수치지만 경제성을 내세울 만한 수준은 아니다. 스포츠모드와 가속주행을 겸한 결과 시승 실연비는 다소 낮게 책정됐다. 고유가 시대에 디젤 엔진이 인기를 끌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발휘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가격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4륜과 2륜 모델이 각각 3790만원, 3240만원이다. 경쟁차량인 현대자동차 싼타페(2773만~3637만원)와 폭스바겐 티구안(3810만~4810만원) 사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가격 책정을 적절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모델은 모두 최고사양(Limited)으로 판매된다.

김성근 한국토요타 세일즈 마케팅 이사는 "RAV4에 적용된 안전·편의장치를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라 볼 수 없다"며 "수입차에선 혼다 CR-V와 폭스바겐 티구안이 경쟁대상이 될 것이고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차 싼타페 고객까지 흡수할만한 차량"이라고 자신했다.

토요타는 6월 판매를 시작해 2~3개월간은 월 150대, 이후로는 월 1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