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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 ‘아이워치’ |
삼성 '기어'로 선점, 구글은 '글래스' 강점… 애플은 '워치'에 심혈
혁신의 키워드가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PC'로 바뀌고 있는 요즘, 세계의 시선이 모바일 '3강' 삼성, 구글, 애플로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웨어러블 PC를 언급할 때 삼성의 '갤럭시 기어', 구글의 '구글글래스', 애플의 '아이워치(가칭)'를 떠올릴 정도로 이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리드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웨어러블 시대의 관전포인트는 운영체제(OS) 등 핵심 소프트웨어(SW)를 보유한 구글·애플과 하드웨어(HW) 경쟁력이 막강한 삼성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이는 곧 스마트폰 시대 선발주자 구글·애플과 후발주자 삼성 간 미래주도권 쟁탈전이기도 하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에 유리한 전략을 구사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웨어러블 삼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 HW 무기로 '갤럭시 생태계' 구축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시대 전략무기로 32만원(미국 출시가 기준)짜리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워치 '갤럭시 기어'를 내세웠다.
9월25일 출시되는 갤럭시 기어는 지난 9월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후 6일부터 엿새간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 전시됐다.
800MHz 모바일 프로세서, 1.63인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320x320), 190만 화소의 카메라, 315mAh 용량의 배터리 등이 탑재된 갤럭시 기어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또한 음성인식 기능인 'S보이스'로 전화 수·발신, 일정·알람 설정, 날씨 확인 등이 가능하며 녹음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갤럭시 기어에 묻어난 삼성전자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갤럭시 생태계 구축' 전략이다. 이는 HW 경쟁력을 허브로 삼아 후발주자가 아닌 선발주자로 치고 나가는 삼성의 웨어러블 시대 생존법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같은 스마트 워치인 '아이워치'를 개발중인 애플보다 먼저 자사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세계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기대보다 혁신적이지 않다', '기능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으나, 삼성은 시장 선점효과 등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얻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본 듯하다.
특히 삼성은 단순히 '선수' 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갤럭시 시리즈'라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갤럭시 기어를 갤럭시 노트3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갤럭시 기어와 연동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3뿐이며 전용 앱은 삼성 앱스를 통해 내려받게 돼 있다.
이는 갤럭시 기기와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 출시로 '갤럭시 생태계'를 구축해 휴대폰 제조사를 품에 안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대항하겠다는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최근 구글은 모토로라를, MS는 노키아를 인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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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강자 구글, '웨어러블 영역' 확장
전세계 모바일 OS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스마트 글래스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OS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 워치, 스마트 슈즈 등으로 웨어러블 제품군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이 지난 5월 개발자 회의에서 공개한 전략제품 구글글래스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 제품이 공개된 지 4개월만에 실리콘밸리의 '핫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제품 상용화 시기는 내년이지만, 얼리어댑터들은 이미 1500달러를 주고 구글글래스를 장만할 정도다.
구글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구글글래스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자사 소유 개발사를 통해 시험 배포한 여행 가이드앱 '필드 트립'(Field Trip)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 CNN, 엘 매거진, 페이스북, 트위터, 패스, 에버노트가 개발한 앱들이 구글글래스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내년 구글글래스 전용 앱스토어가 서비스되면 구글글래스 보급과 생태계 확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한 구글은 주요 경쟁사에 대항하기 위해 시계 형태의 스마트기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워치 제조사 윔랩을 인수하는가 하면, 자회사 모토로라를 통해 스마트워치 단말기용 '응시하는 것을 감지하는'(gaze detection) 기능에 대한 특허기술을 출원하기도 했다. 이 특허기술에는 맥박, 체온, 심장 상태를 모니터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구글은 지난 3월 아디다스와의 협력으로 스마트폰 연동 신발인 '토킹 슈즈'(Talking Shose)를 선보이며 웨어러블 영역 확장에 한창이다. 토킹 슈즈에는 가속도, 회전수,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와 스피커, GPS 등이 내장돼 있어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 상황별 필요한 내용을 목소리로 알려준다.
◆애플, '아이워치'에 디자인 역량 집중
애플은 두 회사와는 달리 웨어러블 PC에 대한 이렇다할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워치'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10일(현지시간) 미국 본사에서 개최된 아이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도 아이워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
현재 애플에게는 아이폰으로 얻은 '혁신의 아이콘'을 이어갈 다음 아이템이 절실하다. 한풀 꺾인 아이폰의 인기에 구형 아이폰 보상판매에까지 나선 상태. 아이워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삼성의 갤럭시 기어가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아이워치 발표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애플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갤럭시 기어보다 월등하게 우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플은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는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는 스마트 워치를 내놓아 다시 한번 애플 마니아층을 형성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연내 149~299달러에 출시될 것으로 점쳐지는 아이워치에 매달린 제품 디자이너만 100여명에 이르고 해당 프로젝트에는 애플이 영입한 명품 패션 브랜드 입생로랑의 폴 드네브 전 최고경영자(CEO)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워치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iOS 기기와 연결해 아이폰의 기능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맥 인증으로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기능이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애플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일본, 대만, 멕시코 등에 아이워치 상표출원을 마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