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내놓고 사지말라는 기업
친환경 기업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용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회사다. 니콜라스 인드가 쓴 <브랜드 챔피온>에서 내부 브랜드가 가장 잘 된 사례로 자세하게 언급한 기업이 바로 파타고니아다. 전문 산악인이 자신의 등반도구를 만들다 아예 기업을 만들고, 파도가 일정 높이 이상이 되는 날에는 직원들이 서핑을 즐기고, 옷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들을 모아서 누더기 옷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는 등 파타고니아는 이야깃거리들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2007년 파타고니아의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의 자서전 겸 경영철학을 담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 번역돼 나온 바 있다. 때문에 파타고니아란 기업에 대한 소개는 웬만큼 됐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나온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기업의 성공 사례를 넘어 개인과 기업이 ‘왜’, ‘어떻게’ 살고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다.

창립자인 쉬나드는 이 책의 공동저자인 빈센트 스탠리에게 “내가 만약 경영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방정식대로 했다면, 벌써 망했을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비즈니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파타고니아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났다. 초창기 쉬나드가 벌인 사업의 주력품목은 ‘피톤’이었는데, 망치로 바위에 박는 강철로 된 암벽등반용 쇠못이었다. 그런데 피톤 때문에 바위에 균열이 생기고 등반로가 훼손된 것을 본 쉬나드는 피톤 사업을 접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손으로 밀어 넣고 빼는 알루미늄 초크라는 것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초크는 무서운 속도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옳다고 생각한 일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더 나은 사업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이벤트성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모든 기업활동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최근에는 의류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될 수 있으면 자신들의 신상품을 사지 말고 예전 옷들을 수선해 입으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상품은 기대 이상으로 팔렸다. 또한 남은 헝겊으로 만든 누더기 옷이 환경패션상품으로 불티나듯 팔린 것도 패션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기존 의류회사의 상식으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권리는 책임질 권리’라는 문구에서 보듯 이 책 전체를 타고 흐르는 키워드는 바로 ‘책임’이다. ‘파타고니아 회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 ‘경영자나 관리자뿐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경영학을 배우는 학생이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들의 말이 단순히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상술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지구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서도 비즈니스의 성공을 이끌어낸 두 사람이 다른 기업들이, 그리고 젊은이들이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지구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도록, 진정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겸손하지만 간절하게 전하는 메시지가 바로 이 책이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기업인으로서 창립자의 사회적 책임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본 쉬나드, 빈센트 스탠리 지음 | 틔움 펴냄 | 1만2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