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던‘스팩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전략 포럼’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지난 2010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던‘스팩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전략 포럼’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지난 2009년 등장했지만 사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 및 해산됐던 1호 스팩들이 수두룩했지만 최근 들어 2호 스팩들이 상장을 준비하며 다시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스팩을 설립한 경험이 없는 증권사들도 스팩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냉대를 받으며 합병 공시를 번복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해산되는 사례까지 나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 '공인된' 우회상장 통로, 스팩

스팩은 지난 2009년 12월 기업인수목적회사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이 공포·시행되면서부터 국내에 도입된 제도다.

증권사들이 '다른 기업과 합병'을 목적으로 투자자를 모아 상장한 뒤, 3년 내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만드는 페이퍼컴퍼니다. 별도의 인허가나 등록 없이 상법상의 절차에 따라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되며, 회사 설립 발기인에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업자의 참여가 의무화돼 있다.

사실상 공인된 우회상장 통로라고 할 수 있다. 합병하고 나면 자연스레 스팩은 소멸하며, 3년 내 합병에 실패한 경우에는 해산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모자금을 돌려준다.

투자자의 경우 스팩의 주식 취득을 통해 적은 금액으로도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참여할 수 있으며, 상장된 상태라 장내에서 매도할 수도 있다. 또 합병을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 1호 스팩, 22개사 중 10개 성공…2호는?

스팩은 처음 등장했을 때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지난 2010년 3월3일 대우증권 스팩이 최초 상장된 이후 가장 처음 스팩 합병에 성공한 것은 2010년 8월31일에 상장된 HMC 1호 스팩이다. 지난 2011년 8월17일에 화신정공과 합병,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스팩의 성과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호 스팩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2개사 가운데 12개사가 합병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됐다.

7개사는 합병을 완료했으며, 10월31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1호 스팩 3개사가 각각 선데이토즈, 디에이치피코리아, 일서포트의 합병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합병이 진행 중인 스팩까지 포함하면 22개사 중 10개사만 성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2호 스팩을 준비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우리스팩 2호가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키움증권의 키움스팩 2호도 연내에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다수의 증권사도 스팩 참여를 준비 중이어서 내년 초부터 중순까지 5∼7개의 신규 스팩이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대금과 거래량 급감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증권가가 '새로운 먹거리'로써 스팩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스팩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스팩 설립 시 증권사가 IPO 수수료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향후 비상장사의 합병에 성공할 경우 1년간의 보호예수기간을 거쳐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IPO보다 간소한 상장절차가 매력

스팩의 포인트는 '합병'이다. 증권사들이 아무리 만들어대도 대상이 되는 비상장사들이 스팩을 통한 상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별 의미가 없다.

최근 하나그린스팩과의 합병 및 상장을 추진 중인 선데이토즈의 이정용 대표이사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증권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상장을 위해 스팩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바 있다.

비상장사로서는 기업공개(IPO)보다 간소한 절차로 상장이 가능한 스팩의 장점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초창기에는 인지도도 부족했고 각종 규제로 인해 IPO를 통한 상장이 더 나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그간 과도한 할인을 유도했던 자본환원율을 최소 10%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전면 백지화하고, 비상장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스팩 활성화를 도모했다.

발목을 잡던 규제들이 사라지자 비상장사 중에는 증권사와 IPO를 진행하던 도중 스팩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팩과 합병하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IPO 대비 절반 이상 단축되고 지정 감사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투자수익률은 미미…펀드는 '굿'

스팩 투자의 포인트는 '원금보장'과 상장 이후의 주가 변동으로 인한 '차익'이다.

스팩은 기본적으로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외부의 신탁기관 등에 맡겨놓는다. 3년 내 합병에 실패해 청산하더라도 그 3년간 쌓인 이자를 포함해주기 때문에 원금 손실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투자수익, 즉 합병 이후 주가는 어느 정도로 상승했을까.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스팩으로 상장한 회사는 화신정공, 한일진공, 서진오토모티브, 하이비젼시스템, 코리아에프티, 알톤스포츠, 삼기오토모티브 등 총 7곳이다. 이 가운데 상장 1개월 주가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하이비젼시스템만이 한달간 8.1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는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스팩펀드에 투자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스팩 관련 펀드 21개(사모 포함) 가운데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동부자산운용의 '동부SPAC사모K- 1[주혼]'(-8.75%), '동부SPAC사모R- 1[주혼]'(-13.95%) 뿐이었다.

설정 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유진자산운용의 '유진SPAC사모 5[주혼]'으로 설정 후 수익률이 16.22%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