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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조명 브랜드숍 |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글로벌기업들의 진출이 두드러져 당초 취지를 흐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대책마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달 15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이와 관련한 문제점이 거론됐다. 추미애 산통위 위원(민주당)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만들어놓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국내 대기업은 몰아내고 그 자리에 외국계 대기업을 부른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날 김상훈 산통위 위원(새누리당)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빠진 업종에서 외국계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유통업계의 경우 일본 유통대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해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정부가 마련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의 규제대상이 아닌 데서 비롯된다. 외국계 기업들은 통상 지사형태로 국내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본사의 매출규모와 상관없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가 대다수다. 또 규제대상이 되더라도 WTO나 FTA 협정 등 국제규범에 저촉될 여지가 있어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동반위에서 지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수는 100개지만 이는 국내 대기업에 관한 규제로, 외국기업 진입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적합업종이 선정된 이후 일부 업종에선 외국계 대기업들이 진출해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LED(발광다이오드)업계에서는 국내 대·중견 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틈을 타 필립스, 오스람 등의 글로벌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60%까지 넓혔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의 진출도 확대추세여서 국내 조명기업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공공입찰 제외 대상인 금호전기 관계자는 "상생을 위한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며 "그러나 외국계 조명 대기업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시장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의 러시가 두드러진다. 동반성장위는 올해 3월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 진출한 SK엔카와 GS카넷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신규대리점 확장 자제를 권고 받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국내기업들의 발목이 묶인 틈을 타 핀란드 다국적기업인 마스쿠스(Mascus)와 일본의 카치스홀딩스(Carchs Holdings)가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쿠스는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알마 미디어(Alma Media)그룹의 자회사로 전세계 53개국에 진출해 있고, 카치스홀딩스는 일본의 대형 중고차업체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중고차시장의 경우 국내에 비해 매매시스템 등이 선진화돼 있다"며 "외국계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