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6개 대학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대학알바노조를 만들고 낮은 시급 등 근로환경 개선 및 권리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서울지역 6개 대학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대학알바노조를 만들고 낮은 시급 등 근로환경 개선 및 권리보호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정부가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이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놓고 찬반양론이 펼쳐지고 있다. 시간제로 적게 일하더라도 정년 및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환영한다는 의견과 일자리는 늘어나겠지만 장래성 보장이 힘든 탓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출발점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찬반양론을 키웠다. 정부가 내세우는 목표에 대해선 동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간제 일자리가 앞으로 어떻게 정착하느냐에 따라 고용 확대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정부의 고용률 목표 채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첫단추부터 잘못 채워진다면 결국 모든 단추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 다만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보완이 요구된다는 점은 찬반진영 모두 공감하는 공통분모다.
 
찬성 정년 보장되니까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의 대상으로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한 베이비붐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다만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이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청년 일자리와 시간제 일자리가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와 다른 정년보장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경력단절 여성과 정년 퇴직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간제일자리의 계약기간을 없애고 4대보험, 수당, 퇴직금 등을 보장하는 것이 삼성과 LG, CJ 등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찬성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시간제근로자가 근무여건에 맞는 일자리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시간제일자리 확대를 옹호하는 측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업주부인 이우정(36)씨는 "3년 전 출산하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 재취업에 대해서는 꿈도 못 꿨다"며 "4시간 정도만 근무할 수 있는 시간제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찬성한다"고 반색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퇴임한 김용수(57)씨는 "30년이 넘게 일하던 직장을 나오고 나니 우울증증세가 나타나는 것 같아 경비직을 알아보고 있었다"며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그동안 해왔던 것과 비슷한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경력단절 여성과 정년 퇴직자들에게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고용지원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한계를 예견하는 사람들의 반발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반대 장래성 떨어지니까

시간제 일자리가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얼마만큼의 장래성을 보장하느냐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의 목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일자리 238만개가 필요하다. 경제성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보니 93만개를 시간제일자리로 채우겠다는 것. 결국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면적으로 볼 때 시간제 일자리의 경우 승진이 어렵다. 예컨대 하루에 4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8시간을 근무하는 전일제 일자리보다 승진하는 데 기간이 2배가량 더 걸린다. 근무일수로 승진조건을 따지더라도 상황이 바뀌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 전일제근로자가 자신의 절반만큼만 일한 사람과 같이 승진을 하는 걸 보면 불만을 가질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 아르바이트'라고 표현한다. 정규직이라고는 하지만 상승구조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장래성 보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될 대상이 사실상 여성이라는 점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 주부가 질적으로 떨어지는 시간제 일자리에서 근무할 경우 여성 전체의 사회적 지위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일자리"라며 "한국형 하층계급 양산 정책으로 전락할 경우 여성이 질 낮은 근로자로 내몰릴 확률도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초점을 경력단절 여성과 정년 퇴직자에 맞추고 있는 만큼, 청년 구직자나 생계 취약계층이 이번 정책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과 생계 부양을 목적으로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취약계층의 유입을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시간제일자리는 질 낮은 하층계급 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시간제일자리, 근로시간 단축 등이 한순간에 정착될 것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국민에게 큰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고용률 채워 넣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공통분모는 '정책보완'

시간제일자리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선적인 보완책으로 시간제근로자들이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전일제 전환 청구권' 부여를 내놨다. 시간제근로자가 아무런 부담이나 불이익 없이 전일제로 넘나들 수 있어야 질적인 측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반듯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가 전일제근로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철저히 해 시간제일자리로의 유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이다. 또 이렇게 해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나 청년 취업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양질의 시간제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제일자리 확대를 무리하게 밀고 나가면 문제발생 시 그 책임이 고스란히 정부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취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노동계와 상의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단계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종한 경성대 교수는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선진국형 고용시스템으로 이동하기 위한 상징적 수치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역의 특성과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고용률 70%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