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KB국민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감독당국의 조사가 일본 도쿄지점에 이어 카자흐스탄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1월10일, 금감원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수년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포착했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1월까지 부당대출을 해주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대출로 조성돼 국내로 들어온 자금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자금세탁 경로인 백화점상품권 구매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백화점상품권으로 구입한 금액은 수천만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서울 수서경찰서가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수사를 착수한 상태다. 당시 도쿄지점 지점장은 현재 업무정지 상태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자체적인 부실감사가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2대주주인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은행(BCC)에 대해서도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올해 BCC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BCC의 부실이 심각해 추가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보내왔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BCC 지분 41.9%를 9000여억원에 인수했지만, 투자실패로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당시 강정원 행장은 문책 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도쿄지점과 BCC 투자실패를 두고 국민은행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모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국민은행 논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물론 은행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특정은행에 대해 일종의 '표적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포함해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금융당국이 비난의 화살을 금융권으로 돌리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국민은행 해외영업망의 내부통제 부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의 해외지점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기로 하면서 해외지점 진출에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