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의 묵은 고민인 점심매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오피스 상권에서 직장인의 부담 없는 한 끼 식사를 구성하느냐, 혹은 주택 상권에서 오후 2~3시까지 주부 고객을 잡을 것이냐다. 

타깃 고객층에 따라 점심 구성의 포커스는 달라진다. 수원 송죽동 한우갈비·돼지갈비전문점 <육미옥>은 합리적인 가격의 정갈한 점심특선 메뉴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7000원대의 곰탕과 갈비탕부터 1만원대의 푸짐한 불고기정식, 완성도 높은 평양냉면을 구성해 점심매출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정갈한 불고기정식과 완성도 높은 평양냉면으로 제2도약
▲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 육개장과 김치찌개로 올렸던 점심매출, 그러나…
이 자리에서만 14년간 고깃집을 운영했다. 경북 영주에서 한우갈빗집을 운영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우건제 대표는 20년이 넘는 장사 경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난 후에는 한우갈빗살 대신 양념돼지갈비(250g 1만4000원)와 한우생갈비, 한우양념갈비(각각 200g 2만8000원)를 주력 판매했다. 330.58㎡(100평) 정도의 제법 큰 매장에서 장사가 제법 잘 됐다.
우선 입지 조건이 괜찮았다. 2002년 당시만 해도 근처에는 각종 회사들과 기업, 관공서, 야구단 등 주요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점심에는 식사손님, 저녁에는 단체 회식손님으로 항상 만석이었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오피스 상권에 맞게 직장인들이 좋아할만한 육개장과 갈비탕, 김치찌개 위주의 식사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했다. 다소 무난하고 평범한 메뉴들이긴 하지만 가격대비 푸짐한 양과 손맛에 단골도 제법 많았다.

그러나 2002년 이후 야구단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원에서는 나름 오피스 상권의 중심축이었던 이곳이 썰렁해진 것. 

“330.58m2(100평) 매장에서 점심에만 1.5~2회전은 했는데 주요 시설들이 전부 외부로 나가면서 거짓말처럼 조용해졌습니다. 가장 타격을 입은 건 야구단이 나가면서부터였어요. 먹성 좋은 운동선수들이 거의 매일 단체로 방문해 평일 매출도 좋은 편이었는데….”

◇ 푸짐한 불고기와 산나물비빔밥이 1만원! 주부 고객 늘어
방법을 달리 하기로 했다. 5000~6000원 대의 평이한 점심메뉴로는 승부수를 둘 수 없었다. 평소 양념육에 자신 있었던 우건제 대표는 오랜 시간 양념돼지갈비를 주력 판매해온 경험을 살려 불고기 소스를 개발했다. 한우 목심 부위를 슬라이스 해 주문 시 즉석에서 양념에 버무려 불판에 올려내는 방식이다.


불고기는 우 대표가 예전부터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메뉴다.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목심 부위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한우불고기’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 레시피만 잘 잡는다면 점심시간에는 주부 손님을, 저녁에는 주당들의 술안주로도 구색이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우불고기의 정식 가격은 1인 기준 200g에 1만2000원이다. 그리고 오후 3시까지는 ‘점심특선’이라는 명목 하에 180g을 1만원에 제공한다. 여기에 방풍나물, 민들레, 취나물, 참나물, 콩나물 등 7가지 산나물을 올린 비빔밥까지 서비스한다. 밥은 방짜유기에 담아 일반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낼 때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비빔밥 양념은 일반 고추장 대신 매실 효소와 간장을 섞어 새콤하게 만든 소스를 제공한다. 각종 산나물과 즉석에서 자글자글 끓인 서울식 불고기를 넣고 비비면 푸짐한 불고기비빔밥이 완성된다.


정갈한 반찬과 탕국도 매력 요소다. 튀김과 샐러드, 각종 채소 무침, 장아찌 등 불고기와 곁들여 먹었을 때 식감이나 풍미가 잘 어울리는 것들로 구성했다. 무와 소고기를 푸짐하게 넣은 짭짤한 탕국도 불고기비빔밥과 맛 궁합이 좋다.

이러한 메뉴 조합은 주부에게 어필하기 탁월하다. 음식 담음새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단돈 1만원이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불고기와 웰빙 산나물비빔밥 구성으로 주부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완성도 높은 평양냉면으로 제대로 된 선육후면 구현
‘선육후면’ 구성은 고깃집의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서울·경기 지역의 몇몇 고깃집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선육후면 콘셉트를 제대로 갖춘 곳이 잘 없다. 이는 원육보다는 냉면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고깃집 냉면=조미료 냉면’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우 대표는 심심한 평양식 냉면을 만드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무엇보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우 대표는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메밀국수 맛이 그리웠다. 

사골과 잡뼈, 소고기 사태와 양지 부위를 넣고 12시간 이상 끓인 육수에 투박한 메밀 면과 고명을 정갈하게 올린 심심한 평양냉면은 그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냉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수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국물 맛을 내려면 끓이는 동안 생기는 기름기를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큼직한 무쇠 가마솥 안에서 육수가 펄펄 끓는 동안 우 대표는 화장실도 잘 가지 않는다. 

뜨거운 열기 사이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기름기를 꾸준히 제거해줘야 육향이 제대로 산다. 메밀 면은 주문 시 바로 반죽해서 뽑는다.

서울 지역의 오래된 평양냉면 명가들과 견주어도 수준급인 맛이다. 심심하면서도 구수한 육수와 터프한 메밀 면의 식감이 잘 어울린다. 평양냉면 마니아나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간간히 입소문이 났다. 

그러나 평양냉면 특유의 밍밍한 맛이 생소한 지역 주민들에게 어필하는 일은 아직까지 숙제로 남았다. ‘무슨 냉면에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 하고나가는 손님도 더러 있다. 

그러나 우 대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완성도 높은 양념갈비와 평양냉면의 ‘고급스러운 선육후면’을 구현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