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지수는 등락을 반복했고 좀처럼 박스권을 뚫고 나갈 줄 몰랐다. 주택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언젠가는 건설주가 반등할 것이라고 믿었던 투자자들도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중 투자자를 설레게 하는 낭보가 전해졌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른바 ‘부동산3법’을 도입한 것. 이에 따라 건설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건설주의 주가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부진한 해외 건설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중동으로 출진했다. 건설사 CEO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제사절단에 참가했다. 이번 사절단 116명 중 건설분야 사절단은 총 18명으로 현정부 들어 최대다. 이들은 상승세인 건설업을 더 위로 끌 수 있을까.
◆ 유가에 얻어맞고 법안에 일어났다
건설업종의 주가는 최근 2년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다. 당시 150을 넘나들던 건설업지수가 지난해 연말 110에 도달하며 30%가량이 빠진 것.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가격도 40%가량 폭락했다. 건설업지수의 움직임이 국제유가의 추이와 맥을 함께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유가 하락이 원유를 수출하는 중동국가의 경기를 위축시켰고 이는 건설발주 감소로 이어졌다. 중동지역 금융정보업체인 ZAWYA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약 200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이 여파가 중동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친 상황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기준 중동에서 최종입찰을 마친 건설발주는 1682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최저치”라며 “올해 발주액은 지난해 대비 3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침체된 분위기 속에 한줄기 빛이 등장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3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합의로 통과된 것. 부동산 3법이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법안의 통과가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바로 주가에 반영됐고 연초부터 지난 5일까지 건설업지수는 23.94% 상승하며 52주 최고가에 근접했다. 특히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며 대형건설사 위주로 주가가 반등했다.
같은 기간 ‘푸르지오’의 대우건설 주가는 32.76% 상승했고 ‘자이’의 GS건설은 38.13% 올랐다. 이들의 특징은 부진한 해외부문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국내 주택 분양물량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총이익률을 보면 대우건설은 주택부문이 13.8%인 반면 해외수주매출은 -0.7%를 기록했다. GS건설 역시 국내 주택부문 매출이 8.7%를 기록했지만 해외부문은 1.5%에 불과했다. 매출총이익이란 전체 매출액에서 비용을 제한 순이익이다. 다시 말해 매출총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각 부문의 사업성과가 양호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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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는 ‘만세!’ 중동은 ‘글쎄’
올해 국내 주택분양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주택시장은 지방을 중심으로 지난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은 다소 늦지만 지난 2013년 하반기 이후부터 점점 상승세다.
집값 대비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도 매매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 1월 주택거래량은 과거 최고치인 지난 2007년 1월 6183건을 상회하는 6868건으로 조사됐다.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공급 역시 역대 최고수준의 물량이 풀릴 전망이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아파트분양시장은 공급된 전체 신분양아파트 29만4000호 모두를 흡수할 정도로 양호했다”며 “올해는 더 적은 26만7000호가 공급될 예정인데 수요가 여전한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분양성과는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주택분양시장의 활기를 등에 업고 올해 건설사들은 적극적으로 미착공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분양 또는 착공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건설사의 미착공PF와 미분양주택은 대부분 용인·김포·오산 등 주택수요가 많은 수도권 사업지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주택공급이 시작되면 시장이 개선돼 분양성이 높아지고 분양가격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주택가격 상승으로 건설사의 올해 신규분양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래 지연된 미착공PF를 보유한 건설사의 경우 적자를 피할 수는 없지만 분양률 개선과 분양가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이익률과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해외 수주부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선 노력이 무색하게 중동의 경제는 언제 살아날지 미지수다. 또한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90% 이상의 사전공정이 진행된 현장에서도 손실처리가 나타나는 추세다. 해외부문의 성과는 준공을 확인하지 않으면 판단하기 힘든 셈이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악성 프로젝트 준공이 올해 상반기 이내로 예정돼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해도 추가적인 지연만 없다면 하반기 턴어라운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반기까지는 준공과정에서 나타날 추가손실 가능성과 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성과가 건설사에 어떤 수혜로 돌아올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하는 중에 건설사업 수주계약을 협의하고 각종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지만 아직 본계약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며 “어떤 건설사가 수혜를 입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중동붐이 일었을 때도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와서 기업들이 정식계약을 체결하기까지 1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했다”며 “중동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장기적으로 건설업에 나쁘지 않겠지만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