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수 없는 황금알 시장’ vs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적자’. 면세점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이다. 분명한 점은 면세점에는 기업들이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면세점의 매출성장률을 살펴 보니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의 ‘머니 파워’가 있다. 장기적인 이미지 상승효과와 면세점과 기존 사업의 연계성, 사업영역을 해외로 넓히려는 기업들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불황 속 유일한 ‘효자’

우선 성장규모에 따른 수익성을 놓칠 수 없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4조원에서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 시장규모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매출증가율이 2∼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면세점은 그만큼 불황 속 ‘효자 사업’으로 꼽힌다. 이는 유커(중국관광객)가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 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관광객은 600만명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 국내 유커 수가 1500만명에 이르고 쇼핑규모는 30조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생기는 시내면세점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10년 2조4500억원이던 시내면세점 매출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4조9000억원으로 뛰었다.

시내면세점이 공항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업체가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 특히 대기업은 대부분 백화점·쇼핑몰 등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3.3㎡(약 1평)당 연간 1억원을 웃도는 임차료(월세)를 내는 공항면세점보다 매장의 운영·관리비 부담이 현저히 낮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내면세점은 0.05%의 매출수수료 외에는 (기업소유 건물에서 운영하는 만큼) 임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다”며 “항공업과 더불어 면세, 유통도 비중확대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국내 면세시장의 큰손은 이미 외국인, 특히 중국인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성장성 및 1인당 소비액부문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공항면세점보다는 시내면세점에서 주로 쇼핑한다”고 덧붙였다.

◆팡팡 터지는 대박의 지름길

또 다른 이유는 면세점에 입점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기 쉽다. 다시 말해 브랜드나 제품이 유커들의 마음에 쏙 들었을 경우 단번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화장품브랜드와 쿠쿠전자, 쿠첸, 휴롬 등 소형가전업체들이 면세점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세 브랜드의 매출이 면세점 가전제품 매출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패션브랜드 육심원도 빼놓을 수 없다. 육심원은 동양화가 육심원 작가의 그림을 활용한 다이어리, 가방 등을 만든 브랜드로 유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처음 면세점에 입점한 후 2년 만에 매출이 약 5배로 뛰는 쾌거를 이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은 연간 3000억~4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매출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기존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성장세 글로벌 면세사업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면세시장 규모도 빼놓을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면세시장 매출은 460억달러에서 지난 2012년 542억달러로 18% 성장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해 전세계 면세시장 규모가 약 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면세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이 아시아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류열풍으로 중화권을 포함해 동남아, 남미 등지에서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진 만큼 앞으로 유리한 협상 포인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국내 업체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이 기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해외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기 좋다”며 “글로벌사업의 노하우뿐 아니라 성공가능성까지 두마리 토끼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국 시내면세점이 29개에 달할 정도로 우후죽순 난립했던 지난 1980년대 말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 88올림픽 전후로 너도 나도 면세사업에 손을 뻗었지만 90년대 내내 구조조정이 반복됐기 때문.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한국 면세점이 경쟁력이 있지만 주변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면세점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며 “너도 나도 뛰어들기보다는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