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이어서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지난 1일 밤 경기도 안양시에서 ‘카카오택시’를 처음 이용하는 기자와 첫 서비스 승객을 맞은 기사가 만났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멋쩍게 웃으며 “처음이라 헤맸다”는 말을 거듭했다.

기자만이 아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선 다음카카오가 대중에 첫 선을 보인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택시’ 때문에 다양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호평도 불평도 잇따랐다.

음카카오의 2015년 야심작으로 꼽힌 카카오택시는 국내 가입자만 37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출시 이전부터 예비 이용자는 물론 택시 관련 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 ‘손 흔들고 택시 잡는 시대는 안녕’이란 우호적 전망도 나왔다. 이용자들의 솔직한 평은 어땠을까. 생생한 후기를 듣기 위해 직접 카카오택시에 탑승,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

7분에서 9분, 11분으로

지난 1일 스마트폰(안드로이드) 내 구글플레이에서 ‘카카오택시’를 검색했다. 이전까지 택시기사를 위한 ‘기사용 앱’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던 것과 달리 이날부터 승객을 위한 범 카카오택시 앱이 출시된 것. 다운로드를 누르자 카카오택시가 내 폰 안에 설치됐다. 이제 야근 후 서울 종로에서 택시를 잡기 위한 노력도, 회식 후 콜택시 전화번호를 찾기 위한 시간에서도 해방이란 생각에 사용하기도 전에 기쁨이 들어앉았다.

퇴근 후 친구와 술 한 잔을 기울이자 어느덧 밤 10시. 드디어 때가 됐다. 예전 같았으면 거리로 나가 하염없이 택시가 오는 것을 기다렸을 터. 자정을 넘겼다면 가게 주인에게 콜택시 전화번호를 물어 10분 정도 기다린 후 수수료(콜비)를 물고 택시를 탔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스마트폰을 켜고 카카오택시를 클릭했다. 친구는 카카오택시를 처음 들어보는지 “그게 뭐냐”며 물음표를 달았다.

이용방법은 간단했다. 평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라면 ‘카카오계정’으로 로그인한 후 현재 위치 설정을 위해 ‘위치 서비스’인 GPS 기능을 켜기만 하면 기본준비는 끝. 이 준비는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 한한 것으로 재차 반복할 필요가 없다.

이제 택시를 호출하면 된다. 출발지 검색과 도착지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뜬다. GPS 기능이 현재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주기 때문에 사실상 도착지만 입력하면 호출이 끝난다.(오작동시 직접입력 가능) 입력 후엔 예상 이동 시간이 검색된다. 기자의 예상 이동 시간은 16분. 이제 화면 하단에 ‘호출하기’를 누르면 된다. 호출하기 바로 아래 작은 글씨로 '지금은 콜비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기존의 콜택시가 기본요금 외 1000원을 더 받는 것과 비교하면 경제적이다. 단 ‘지금은’이란 문구가 언제 바뀔지 노심초사하다.

호출하기 클릭 후 ‘호출중입니다’란 문구로 넘어간 후 불과 1~2초가 지났을까. 바로 택시기사와 연결이 됐다. 택시기사의 이름부터 사진까지 그의 신상명세와 차량정보가 함께 전달됐다. ‘약 몇 분 후 도착한다’는 문구도 함께.

그리고 화면은 기자(승객)의 위치와 택시기사의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하며 얼마 후 만날 수 있을지 시간과 함께 전달했다. 콜택시의 경우 대략적인 시간을 말한 뒤 탑승지 근처로 도착하면 전화해 승객을 태우는 시스템과 달리 시각적으로 택시기사의 도착 시간을 알 수 있어 편리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랐다. 첫 화면에서는 약 7분 후 도착한다는 문구가 갑자기 9분으로 늘어났고, 이후에는 11분까지 늘어났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는 “차라리 밖에서 나가 택시 타는 게 빠를 것 같다”며 웃었다. 아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첫 이용이었다. 취소하지 않고 기다렸다. 얼마쯤 더 기다렸을까. 모르는 전화번호가 울렸다. “카카오택시 이용하시는 것 맞죠? 지금 어디쯤이세요?” GPS에서 찍힌 위치가 정확하지 않았는지 기자가 있던 곳과 약간의 차이가 났다. 위치를 알려주자 금방 카카오택시에서 알려준 차량정보의 택시가 도착했다.

출도착지 설정(왼쪽)과 배차완료 화면.
출도착지 설정(왼쪽)과 배차완료 화면.

◆"현재 무료지만… 장난 콜 겁나"
 

기사와 기자는 “카카오 맞으세요?”란 말로 서로를 확인한 후 탑승, 출발했다. 앱은 오류가 난 것인지 탑승 후에도 ‘곧 도착합니다’에서 변경되지 않았다. 취소를 누르면 혹시나 기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앱은 그대로 두고 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카카오택시 처음 이용하세요?” 두 사람 모두 처음이었다. 기사 신모씨는 “오후에도 몇번 울렸는데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콜이) 사라졌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단 기자의 콜에는 “거리가 꽤 돼서 고민했는데 한번 이용해보자 싶어서 눌렀다”며 “누르자마자 돼서 당황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신씨는 기존 콜택시와 함께 카카오택시를 병행하고 있다. 기존의 콜택시가 한달 4만~5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택시는 무료다. 이에 별다른 단점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카카오택시가) 무료라는데 얼마로 책정될지 알 수 없어서 그게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기존 콜택시의 경우 콜이 접수되면 승객의 도착지와 기사 간 거리가 킬로미터(㎞) 수로 계산되는 데 반해 카카오택시는 이미지로만 전해 줘 불편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확한 수치가 나오면 시간 계산이 되는데 카카오택시는 주소와 지도 상 이미지만 표시돼 기사가 거리를 추정해야 한다”면서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지 않다 보니 스마트폰에서 내비로 또다시 장소를 찍고 검색하는 등 일을 두세번 반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사업자들은 시간싸움인데 이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카카오택시 콜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콜택시처럼 한번에 작동되는 시스템이라면 편리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자신의 정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우려는 없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객의 경우 기사의 휴대전화에는 승객 연락처가 일회용 안심번호로 전송되고 기사와 승객 간 메시지 전송도 카카오택시 앱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연락처 공개를 꺼리는 승객이라도 걱정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카카오택시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사와 승객은 앱 내에서 서로를 평가할 수 있으며 누적 평가 결과가 우수한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혜택이 주어진다. 불친절 택시 기사나 택시를 호출하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승객 등 서비스 환경을 저해하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카카오택시는 기존의 택시처럼 현금결제와 카드(교통카드)결제만 가능하다. 카카오페이 결제는 현재 이용할 수 없다. 내리려는 기자에게 신씨는 한가지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장난스럽게 사용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걱정된다”며 “택시기사들이 굉장히 바쁘다. 타지 않고 취소할 것이라면 장난스럽게 이용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이용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