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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 본부에서 택배상자들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유동일 기자 |
택배업 진출을 선언한 농협이 난항에 빠졌다.
업계의 반발이 심한데다가 기존의 업체를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제7홈쇼핑을 통한 택배업 진출도 예견됐지만 우선협상자에는 결국 우체국 택배가 선정됐다.
◆제7홈쇼핑 입찰참여 못하고 업계 눈치만
앞서 업계에서는 농협이 오는 7월 출범예정인 제7홈쇼핑, ‘공영 TV홈쇼핑’(가칭 아임쇼핑)을 통해 택배업계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작 농협은 업계의 예상과 달리 제7홈쇼핑 주관 택배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실시된 공영 홈쇼핑 택배사업자 공개입찰에서는 우체국택배가 입찰에 참여한 CJ대한통운·한진택배·현대로지스틱스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농산물과 중소기업 제품 전용인 공영TV홈쇼핑 ‘아임쇼핑’은 택배시장 점유율이 큰 농산물의 비중이 크고 홈쇼핑을 통한 거래를 원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택배업계는 큰 기대를 해왔다.
특히 출범을 예고한 농협택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앞서 업계에서는 농협택배가 제7홈쇼핑을 통해 택배업계 진출을 선언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공영홈쇼핑 법인을 설립하며 총출자금 800억원 중 농협경제지주가 360억원을 부담해 이러한 예상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막상 택배사업자 공개입찰에 농협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알려지며 업계에서는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을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레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의 반발이 너무 큰 상황이라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농협택배가 출범하면 언제든 제7홈쇼핑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진출·M&A 사이에서 갈팡질팡
농협의 입장에서는 택배업에 진출하는 방식도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농협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으로 국토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농협이 택배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자체 진출할 경우 화물차 증차 금지 등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 택배업계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우체국택배의 경우 미래창조경제부 소속으로 국토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아닌 우편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택배업체들은 현재 관련법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56조)에 따라 자가용 화물자동차(하얀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량)로는 운송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농협이 이러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택배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택배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택배사를 인수하면 같은 화물운수법을 적용받게 돼 이러한 특혜 논란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사를 인수하는 방법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이 인수대상으로 고려할 만한 회사들이 최근 M&A로 몸집이 상당히 불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단위 경쟁력과 유통망을 갖춘 택배회사는 7곳 정도다. 이중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택배는 대기업 계열사로 농협의 인수후보에서는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평가된다.
남은 4곳은 로젠택배, KG로지스, KG옐로우캡, KGB택배 등으로 KG 로지스는 지난해말 KG그룹이 동부택배를 인수하며 개명했다. 또 로젠택배는 KGB택배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M&A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택배사업영역 집중을 의미한다는 분석들을 고려하면 농협이 인수할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농협이 약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중견 택배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택배시장에 진출할 것을 예상했다.
한편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업 진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매물이 사라졌지만 이미 인수·정리된 업체를 인수할 만큼 규모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