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이 언론사 여기자를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구두 경고'로 끝을 맺었다. 앞서 강 청장은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내세운 바 있어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예상된다.
강 청장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찰조사를 통해서 결과를 보고받았는데 이것 자체가 성희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발언을 들으신 분이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지는 아니했다'고 진술한 것도 참고했다. 그런데도 대단히 부적절하기에 경고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청장은 지난 6월 "성과 관련한 범죄행위는 파면, 해임 등 배제를 원칙으로 한다"며 "엄벌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사전 교육과 예방 조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달아 발생하는 경찰관의 성범죄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추 발언’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한 김 전북청장에겐 ‘구두 경고’에 그쳤다.
김 전북청장은 지난 13일 관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자리에서 한 언론사 여기자에게 쌈을 싸주면서 "고추를 먹을 줄 아느냐?"고 물었고, 해당 여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자는 고추를 먹을 줄만 아는 게 아니라, 잘 먹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전주여성의전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등 전북지역 20여개 시민사회 단체는 24일 전북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을 한 김재원 전북경찰청장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전북경찰은 관사에서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만찬 자리를 갖고 여성 기자들에게 성희롱과 여성 비하 발언을 통해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했으면서도 '좋은 의도로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는 변명을 내뱉으며 전형적인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 파괴범, 불량식품 등 4대 악을 반드시 뿌리뽑아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드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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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장 김재원’ 전북지역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지방경찰청 앞에서 성희롱·여성비하 김재원 경찰청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