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1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부디 당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한 편지를 공개,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을 잡아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의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앙금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적 거목은 라이벌이 있어야 더 크게 자랄 수 있다. DJ와 YS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협력할 때와 경쟁할 때를 통찰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치력과 경륜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 최고위원은 "DJ, YS 두 분이 모두 회고를 통해 후회한 것은 1987년 대선 당시 분열했던 것이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도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고 통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과 당원은 1987년의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재인·안철수 두 분은 국민적인 열망을 안고 서 있다. 지금은 두 분이 협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또 당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갈등 상황과 관련, "하루빨리 최고위원자리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그러나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질서 있게 마무리하는 게 도리라 생각해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병헌 최고위원이 안철수 전 대표에게 보낸 공개편지 전문이다.


안철수 대표님께.


우리에게 분열이라는 악마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안의 진짜 악마는 불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끊임없는 중상모략과 음모론이 당 안을 휘젓고 있습니다. 불신이라는 악마야말로 우리가 싸워야할 상대입니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라도 당내 불신을 좌시한다면 어느새 퍼져버린 음해와 중상모략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료를 험담하고 지도부를 끌어내리기 위해 스스로 '무능야당'으로 낙인찍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동료와 선후배들을 막말로 상처주기 일쑤였습니다.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연판장 정치에 당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은 뒤틀려 버렸고 최소한의 동지애도 공동체적 유대감도 사라져버렸습니다.

30여년간 당과 국회에 몸담은 저로서도 이런 국회는 사실 처음 봅니다. 낡은 정치는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불신과 시기, 질투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의 깃발을 들고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전 대표께서도 이런 환경에서 숱한 모욕과 자괴감과 마주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짐작이 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양보,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한 양보, 안 대표께서 말 그대로 당의 통합과 승리를 위한 한길을 걸어왔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창간주역으로서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을 앞둔 60년 정당에 분명한 활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당이 분열과 대립의 백척간두에 선 이 시점, 야당은 언제나 통합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절절하게 몰려옵니다.

안철수 대표님. 당에 대한,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앙금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안 대표님. 정치적 거목은 라이벌이 있어야 함께 더 크게 자랄 수 있습니다. DJ와 YS(김영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분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큰 나무로 성장시킨 것은 바로 두 분의 협력과 경쟁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협력할 때와 경쟁할 때를 통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정치력, 또는 경륜이라고도 합니다.

DJ와 YS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국민적 열망 받았던 때는 민추협 공동의장 맡았을 때였음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협력한 힘은 그 막강했던 전두환 군사독재를 무너트리는데 결정적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한편 두 분이 모두 회고를 통해 두고두고 후회한 것은 87년 대선 당시에 분열이었습니다. 훗날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나라도 양보했어야 했다고 통탄하셨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켜보는 많은 당원들과 지지 국민들께서는 87년 분열의 악몽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안철수 문재인, 문재인 안철수, 두 분은 모두 국민적 열망을 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계십니다. 지금 두 분이 협력해야할 때입니다. 호남에서, 수도권에서, 그리고 충청에서, 영남에서, 강원과 제주에서, 우리 당원들의 목소리는 두 분이 손을 잡아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어주실 것을 너무나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안 대표께서 주창하시는 공정경제의 목적은 공생입니다. 같이 살자는 것이겠죠. 공생은 경제에 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똑같은 가치입니다. 하물며 같은 당, 한 울타리 한 식구이자 동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안철수 대표님. 부디 당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표가 내미는 손을 맞잡아 주십시오. 문 대표께서도 보다 진정어린 가슴으로 안 대표께 다시 한 번 진심의 손을 내미시길 요청 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 하고 대안세력으로서 당원과 국민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 것을 간곡하게, 간곡하게 호소 드립니다.

2015. 12. 11.
전병헌 드림


'문재인 안철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 /자료사진=뉴스1
'문재인 안철수'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 /자료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