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나 국회의장을 지냈던 8선 원로 이만섭 전 의장이 1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 전 의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시절 당시 박정희 최고회의의장이 울릉도를 시찰할 때 그가 탄 배에 몰래 승선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박 의장을 단독 인터뷰 하면서 그의 자립 경제와 자주국방 구상에 매료됐고 1963년 대선에서 박 의장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나서며 정계에 입문했다.
같은해 제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후 7대, 10대, 11대, 12대, 14대, 15대, 16대 등 8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4·16대 국회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정치원로로서 우리 정치권과 사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반듯한 원로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평소 강직한 성품으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발탁됐으면서도 3선 개헌 당시에는 개헌을 반대하다가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로 암살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이를 안 박 전 대통령은 "이만섭 의원 몸에 손을 대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해 위기를 넘겼다.
이 전 의장은 2009년 회고록 '5·16과 10·26, 박정희, 김재규 그리고 나'를 발간하고 서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나의 정치적 스승"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유신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박 대통령은) 유신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2004년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대표를 향해 "한의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정수장학회가 논란이 일자 "정수장학회 이름을 바꾸고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 |
'이만섭 박정희' 이만섭 전 국회의장. /사진=뉴스1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