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이어지는 송년회에 바쁜 것은 직장인들만이 아니다. 이들을 실어 나르는 택시업계도 덩달아 바쁘다. 택시를 잡기 위한 사람들의 몸짓과 방향을 묻는 택시기사들의 외침은 익숙한 연말 풍경이다.

그러나 2015년 연말은 조금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택시를 '콜'한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O2O(오프라인 투 온라인) 택시 서비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택시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발주자 '우버택시' vs 후발주자 '카카오택시'

2010년 6월 미국, '우버(Uber)'의 등장으로 해외 택시문화가 바뀌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는 '택시인 듯 택시 아닌 택시문화'를 개척했고, 5년여 만에 58개국 300개 도시에 진출하며 급격한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우버가 국내에 진출했다. 그러나 우버가 진출한 도시 중 가장 큰 인구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에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지난 3월, 우버는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며 사실상 한국 시장 선점에 실패를 인정했다.

실패의 중심에는 서울시와의 갈등이 있었다.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유상운송 금지 등) 위반으로 우버를 불법 서비스로 간주했고 승객을 태우고 이동 중 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여부와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 운전자 미검증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우버에서 제공하던 '우버X(빈차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중지됐고, 현재 '우버택시'와 '우버블랙(고급택시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

우버X(왼쪽)와 카카오택시. /자료사진=우버, 카카오 홈페이지
우버X(왼쪽)와 카카오택시. /자료사진=우버, 카카오 홈페이지

국내 IT업계는 우버가 시작한 '스마트 택시 서비스'를 국내에 맞게 발전시켰다. '카카오 택시'가 대표적인 예. 카카오 택시는 운전기사의 신분이 불확실하다는 문제점을 지닌 '우버X'와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던 '우버택시'를 가뿐히 제쳤다.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호출 수 100만 건을 기록하고 지난 12월13일을 기준으로 5000만건의 누적 호출 수를 달성한 것이다.
2015년 연말, 카카오 택시는 송년회 후 귀갓길을 책임지는 O2O 택시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의 싸움 될까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미국 내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앱으로 우버 택시를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는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메신저 내에서 우버를 부를 수 있다. 승객과 우버 사이의 대화 방식으로 경로 추적과 요금 지불까지 페이스북 메신저 앱 안에서 가능하다. '카카오 택시'와 비슷한 모양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며 제휴사와 서비스 국가를 차츰 늘릴 계획이다. 서비스 국가가 확대돼 페이스북과 우버의 '콜라보'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카카오 택시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카카오톡(왼쪽)과 페이스북 메신저. /자료사진=카카오, 페이스북 메신저 홈페이지
카카오톡(왼쪽)과 페이스북 메신저. /자료사진=카카오, 페이스북 메신저 홈페이지

주목할 점은 국내 이용자 3800만명의 '카카오톡'과 600만명의 '페이스북 메신저' 간 대결이라는 것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1, 2위의 대결이지만, 점유율면에 있어서 73%와 9%의 큰 격차를 보인다. 그러나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가 15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우버택시와 페이스북 메신저의 제휴가 카카오택시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그 해 연말 택시업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