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했지만 장애인 단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비례대표가 사실상 한 명도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장애인 정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20대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자 47명 중 장애인은 이종명 전 육군 대령 1명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 당선인은 2000년 비무장지대(DMZ) 수색 도중 전우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고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이종명 당선인이 장애계를 대표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보 전문가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단체들은 "15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장애인 비례대표의 전통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비례대표는 매번 총선 때마다 평균 2명 정도 등장했다. 18대 국회에서는 4명이 장애인 비례대표였다. 19대 국회에서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을 지낸 김정록 의원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 출신의 최동익 의원이 비례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물론 장애인 비례대표 배정을 받은 이가 있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한정효 제주도 신체 장애인복지회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41번을 배정받아 이름은 올렸지만 처음부터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다.

장애인연대는 "이번 제20대 총선에서 장애인의 정치 참여는 물거품이 되었고 장애인은 철저히 정치권에서 외면당했다"며 "새로운 국회는 아직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 빈곤, 절망에 놓여 있는 장애인 계층을 위한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인 비례대표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장애인 정책의 향방을 알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장애인 비례대표들은 장애인 정책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비례대표가 없다는 점은 좀 이례적"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9일 오전 울산시 동천체육관에서 장애인 약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9일 오전 울산시 동천체육관에서 장애인 약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