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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보험연구원 |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과장됐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장에 최근 보험업계가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건보공단에서는 손해율이 80%라고 추정했으나 보험연구원은 건보공단의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100%를 웃돈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료 인상을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의학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건보공단 "80% 수준" vs 보험연구원 "100% 넘어"
올 들어 각종 보험료가 잇따라 올랐다. 특히 보험사들은 높은 손해율을 내세우며 실손의료보험료를 평균 20%가량 인상했다. 손해율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견줘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의 비율로 100%를 넘으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돌려준 보험금이 더 많음을 뜻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평균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실손보험 손해율 공시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1년 109.9%를 시작으로 지난해 129.6%까지 5년 연속 상승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과장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에 대한 검토 자료' 보고서에서 "실손보험사들의 부가보험료 수입까지 고려해 손해율을 산출하면 2014년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약 80%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100원 낸다면 80원만 돌려주는 셈이다.
그러나 보험연구원 측은 건보공단의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통해 건보공단의 주장이 ▲실제 경험 통계를 토대로 하지 않았고 ▲보험상품의 손익을 판단하는 데 있어 실제 사업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건보공단의 손해율과 보험사의 손해율이 차이가 나는 것은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손해율 계산은 '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로 하는 반면 건보공단은 '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로 계산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보험금 지급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인 위험보험료와 가입자 모집을 위한 광고·영업 등 사업 부문을 위한 보험료인 부가보험료로 나눈다. 보험사들이 부가보험료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추정치를 사용한 것.
금융당국에서는 "분모를 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로 하려면 분자도 지급보험금+사업비가 돼야 맞는다"며 보험연구원 측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합리적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들과 비슷한 방법(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으로 계산했을 때 2014년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96.6%로 나타났다.
◆보험사 "과잉진료 탓" vs 의료계 "책임 떠넘기기"
보험사들은 손해율 인상 주범으로 '과잉∙허위진료'를 지목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의 비급여 진료 부분 과잉진료가 손해율 인상을 부추겨왔다"며 "이를 누리려는 환자가 늘면서 높아지는 손해율에 선량한 보험가입자가 보험료 부담을 떠안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전적으로 반박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을 의료제도 이해 없이 의료계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보험사와 의료업계 싸움에는 궁극적으로 '비급여 표준화 시행'이란 문제가 존재한다. 의료기관마다 비급여 진료내역을 공개하지만 비급여 진료비의 명칭과 코드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스크 치료를 위한 도수치료 방식도 A병원에서는 1만5000원인 반면 B병원에서는 9만원을 받는다.
현행 실손보험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실손보험료 할증·할인제와 병·의원 파파라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험료 할증·할인제는 보험금 지급실적과 관계없이 동일 연령 가입자에게 동일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의료쇼핑으로 다른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 가입자에게는 보험금 지급실적에 비례해 고액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한편 보험금을 받은 실적이 없는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골자다. 병·의원 파파라치제도는 보험금을 노린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다.
오세헌 금소원 보험국장은 "환자가 진료를 위해 병·의원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실손보험 가입 여부"라며 "의료기관이 과잉진료나 허위진료 또는 불법을 유도·제시하는 경우 휴대전화로 녹취해 신고하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해당 의료기관을 강력 처벌하는 제도를 운영해볼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의견과 지적에 당국은 정부 부처를 비롯해 의료계, 보험업계 등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을 모두 불러 실손보험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앞서 2011년에도 금융당국과 복지부는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의만 여섯 차례 열었을 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보험사나 의료기관 등 민간부문은 협의체에 포함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종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선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며 "6~7월쯤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