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윈드서핑 선수로 활약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만두려던 시점에 스포츠브랜드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았어요. 그 계기로 운동선수를 서포트하는 직업의 가치를 알게 됐죠.”

와다 슈이치 보아테크놀로지 아시아총괄지사장의 스포츠용품 마케팅 분야 입문은 그렇게 시작됐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와다 지사장에게 내밀어진 손. 수십년이 지난 현재 그는 그 손을 내미는 위치가 됐다.


와다 슈이치 보아테크놀로지 아시아총괄지사장. /사진제공=보아테크놀로지
와다 슈이치 보아테크놀로지 아시아총괄지사장. /사진제공=보아테크놀로지

◆윈드서핑 선수의 변신
돛을 잡고 바람의 강약에 따라 균형을 잡는 윈드서핑의 스릴감에 빠진 와다 지사장은 한때 선수로의 삶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대회와 연습에 들어가는 원정비용, 장비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현실을 절감한 와다 지사장이 윈드서핑을 그만두려던 찰나 한 스포츠브랜드로부터 비용 일부를 지원받게 됐다.


그때부터였다.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을 서포트하고 활약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인물이 되는 꿈을 꿨다. 이를 위해 와다 지사장은 경영학과로 진학했고 스포츠용품을 취급하는 회사인 ‘타스카 재팬’에 입사했다.

타스카 재팬에서 와다 지사장은 ‘윈드서핑용 돛’을 취급하는 ‘가스트라’(Gaastra)의 판매·마케팅·플래닝 등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와다 지사장은 “당시 모든 분야를 담당한 것은 필연이었다”고 회상한다. 1980년대 말부터 일본은 윈드서핑 붐이 불었고 관련용품의 판매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와다 지사장은 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월드컵 프로젝트’ 참가는 가스트라와 와다 지사장을 성장시켰다. 와다 지사장은 당시 일본의 한적한 시골에 전세계 톱 프로선수를 초청하고 동시에 일본 선수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가스트라 제품을 알렸다. 품질을 부각시켰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와다 지사장의 발로 뛴 마케팅은 판매점과 유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가스트라를 시장 1위로 끌어올렸다.


◆보아테크놀로지와의 만남

와다 지사장의 경영능력은 거래처에서 먼저 알아봤다. 스노보드브랜드인 ‘블랙스’(BLAX)의 마케팅도 함께 맡았던 그에게 제조사인 USP INTERNATIONAL에서 일본지사 설립을 제안한 것. 와다 지사장에게 USP재팬의 대표이사직은 매력적이었고 그의 도전정신에 불을 지폈다. 1999년 당시 일본은 스노보드시장이 정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와다 지사장의 목표는 아이들의 놀이라고 인식됐던 스노보드를 윈터 스포츠의 한 카테고리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스노보드 브랜드인 ‘헤드’(HEAD)의 판매를 시작했다. 후발주자임에도 유저의 니즈 파악, 본사와의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나갔다.

USP재팬은 보아테크놀로지의 기술이 적용된 일부 제품도 함께 판매했다. 와다 지사장과 보아테크놀로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와다 지사장은 “보아테크놀로지의 클로저 시스템은 기존 제품의 결점을 보완해 소비자에게 최고의 사용감을 느끼게 한다”며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제품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사업 확장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보아테크놀로지의 핵심기술은 클로저 시스템이다. 최근 국내 아웃도어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다이얼 슈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개개인의 발목과 발등에 맞도록 1mm단위로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 가벼운 특수 재질의 끈, 제품이 견고하게 부착되는 가이드를 앞세워 K2, 트렉스타,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등의 수많은 브랜드에 접목됐다.

◆한국은 ‘기회의 시장’

와다 지사장은 2007년 아시아 지역 판매 및 마케팅을 전담하는 보아테크놀로지 아시아지사장으로 취임했고 한국시장도 책임지게 됐다. 한국시장은 그에게 각별하다. 와다 지사장은 “한국처럼 반응이 빠른 시장은 드물다”며 “보아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최고의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아웃도어패션 열풍에 힘입어 보아테크놀로지는 한국진출 5년 만에 매출 신장률 1000%를 달성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보아테크놀로지의 아웃도어 카테고리 중 한국 시장의 매출은 90% 이상이다. 와다 지사장은 “한국시장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Simple is Best’를 경영철학으로 삼고 어떤 일이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스피디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와다 지사장은 보아테크놀로지가 클로저 시스템 시장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은 상황. 와다 지사장도 본사·지사가 6개국에 설립됐고 50여개국에 브랜드 파트너가 있지만 ‘보아테크놀로지’라는 브랜드 파워는 약하다고 평가한다.

“보아테크놀로지를 알리는 데 있어 한국은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은 전세계 출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와다 지사장을 필두로 한 한국지사의 직원은 단 7명. 그러나 브랜드 개발 사이클에 맞는 빠른 대응만큼은 자신 있다. 한국시장에서의 목표는 골프, 안전화, 키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요 창출이다. 이 목표를 위해 직원들 모두 의욕적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한다. 직원들과 함께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에 전을 즐긴다는 와다 지사장은 “직원들에게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상사, 어려움을 겪는 스포츠선수들의 지지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