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초자산의 대규모 녹인(위험손실구간) 진입으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종목형 ELS(주가연계증권)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2014년 증시 급락기에 현대중공업과 SK이노베이션 등의 기초자산에서 녹인이 잇따라 발생해 위축됐던 국내 종목형 ELS의 발행이 최근 들어 증가한 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종목형 ELS 발행규모는 전월보다 1528억7897만원 증가한 4665억7294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또 기업들이 퇴직연금 운용수단으로 ELS를 대거 선택하면서 일시적으로 규모가 급증했던 지난해 12월(3조6887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종목형 ELS로 돌아온 투자자들
종목형 ELS가 워낙 인기다 보니 매월 100개가량의 신상품이 쏟아진다. 종목형 ELS가 다시 뜨는 이유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들 증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와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이 감소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정책 변동성과 통제 불가능한 불확실성에 증시의 움직임이 클수록 기관에 비해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직접 투자 시 큰 리스크가 따른다. 또 지수형 ELS처럼 주요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할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투자자의 관심은 사업현황과 실적 등 개인도 확인 가능한 기업의 주가가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종목형 ELS로 쏠렸다.
![]() |
◆리스크 선호한다면 종목형 ELS
# 종목형 ELS에 투자한 A씨는 최근 환호성을 질렀다. A씨가 투자한 ELS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기초자산인 상품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호조에 ELS 연환산수익률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7월 상환된 종목형 ELS(공모상품 기준·중도 상환제외)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연환산수익률이 10%를 기록했다.
# B씨는 2014년 종목형 ELS에 투자했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B씨가 투자한 ELS는 삼성중공업과 CJ가 기초자산인 상품이었다. 조선·해운업계의 불황과 구조조정 등으로 주가가 급락, 삼성중공업이 2014년 10월 녹인에 들어가면서 투자원금까지 손실을 봤다. B씨는 종목별로 주식을 직접 보유하고 거래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며 후회했다.
종목형 ELS는 보통 2개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다. 두 기초자산 중 어느 한 종목이라도 주가가 40~50% 이상 떨어져 녹인에 들어가면 나머지 한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전체 ELS의 수익이 위태로워진다. 차라리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B씨도 ELS가 아니라 주식에 투자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B씨의 경우 투자한 ELS가 이미 녹인에 진입해 만기일까지 삼성중공업 주가가 급등하지 않아 원금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경우 투자자가 손절매하거나 저가에 주식을 추가 매수해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ELS는 보통 만기가 3년이고 이 기간 안에 중도 환매할 경우 환매수수료가 붙는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연 4∼8%)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중위험·중수익 파생상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초자산 가격이 안정적일 때 얘기다. 연계주가의 변동성이 클 경우 ELS는 주식처럼 고위험·고수익상품으로 둔갑해 투자원금까지 손해 볼 수 있다.
![]() |
◆주가 하락해도 고수익 기회 제공
종목형 ELS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기초자산의 주가가 하락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령 기초자산인 기업의 주가하락 시 직접 투자했다면 손해를 입었겠지만 녹인구간에 들지 않는다면 ELS를 선택한 덕에 오히려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종목형 ELS에 투자할 때 기초자산을 신중히 선택하고 기준가를 살펴 적절한 시기에 환매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각 증권사 홈페이지에는 발행된 ELS의 기준가가 공시된다. ELS 기준가는 기초자산의 가격, 금리,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가격이다. 1만원을 기준으로 기준가가 오르면 해당 ELS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녹인에 진입한 적이 없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ELS라면 기초자산가격이 최초 투자 때 주가를 밑돌더라도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 ELS의 기준가가 상승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ELS가 녹인에 한번 들어가면 기준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이 감지되는 종목의 경우 ELS 환매를 권유한다”며 “ELS 투자도 만기만 기다리지 말고 환매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투자 초기에 녹인으로 진입했고 이후 주가가 크게 반등할 것이 예상된다면 ELS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녹인 이후에도 만기일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80~85%를 웃도는 경우 제시된 수익을 지급한다”며 “주식이든 펀드든 ELS든 가격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남기는 원리는 같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