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석유화학협회 주요 회원사 대표들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고유가 시대와 후발 개도국의 추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협회가 베인앤드컴퍼니에 의뢰해 받은 컨설팅 보고서 발표 당일에 개최된 간담회에서 나온 주 장관의 발언은 최근 저유가로 인한 수익 증가로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한 석유화학업계를 향해 ‘공급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사업재편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컨설팅 보고서 견해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실제 베인앤드컴퍼니는 보고서에서 석유화학업종 33개 주요 품목 가운데 4개 품목(테레프탈산, 폴리스티렌, 합성고무, 폴리염화비닐)이 공급과잉으로 나타나고 있어 해당 품목에 대한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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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한국철강협회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보고서도 같은 날 공개됐다. 주 장관은 이날 관계 부처와 함께 ‘제3차 산업구조조정 분과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후판은 조선 수주 절벽에 따른 자원개발 침체로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BCG는 컨설팅 보고서에서 “글로벌 철강수요는 향후 2030년까지 연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중국이 생산능력을 축소한다고 해도 2020년에 7~12억톤의 조강생산능력 과잉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급과잉이 심한 후판 설비를 감축하고 업체가 난립한 강관분야는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철강업체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비판이 거세다. 섣불리 생산시설을 줄였다가 조선경기가 살아날 때 일어서지 못하고 중국·일본 등에 시장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판 공장은 포스코가 4곳, 현대제철이 2곳, 동국제강이 1곳을 운영 중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후판 주문량이 감소하자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 2곳의 후판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한곳에서 소규모 생산만 유지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덩치를 줄이는 게 아니라 키워야 한다”며 “지금 경기가 안 좋다고 설비를 줄이면 훗날 경기가 좋아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없고, 그 자리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석유화학협회와 철강협회가 제출한 외부 컨설팅 업체 보고서 등을 토대로 30일 ‘철강·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