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지난해 은퇴를 앞두고 목돈을 굴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홍콩H지수(HSCEI)를 포함해 4개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상품을 추천받았다.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올 초 홍콩H지수가 급락했고 가입 시점보다 50% 초과 하락하면서 녹인(knock-in·손실) 구간에 들어 원금이 깎였다.

# B씨는 지난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년짜리 DLS(파생결합증권)에 투자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원유가격이 50달러선 밑으로 떨어져 앞으로 1년 안에 추가 하락이 없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러나 원유가격은 계속 하락해 지난 1월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고 40%가량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투자한 경우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파생결합상품의 종류와 특징을 잘 살피고 선택적으로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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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넓히고 다양한 파생결합상품 살펴야

올 상반기 ELS와 DLS 등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사상 최고치인 10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ELS로 대표되는 파생결합증권을 많이 출시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친숙한 ELS로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시야를 넓혀 다른 다양한 파생결합상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파생결합상품은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주식·채권·예금 등 일반적 금융상품에 ‘파생계약’을 결합한 형태다. ELS와 DLS가 대표적이며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와 DLB(기타파생결합사채) 등 파생결합사채도 있다. 이 상품들은 주로 장외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DLS는 넓은 의미로 ELS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며 파생결합상품 중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따로 분리한 게 파생결합사채다. 기초자산의 성격에 따라 ELB와 DLB로 분류된다. ELB는 주식과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DLB는 이자율과 원자재·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원금을 무조건 보장한다는 점에선 파생결합사채가 파생결합증권에 비해 리스크가 낮다. 따라서 ELB와 DLB는 원금손실 위험을 피하면서도 은행의 적금이나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된다.


파생결합상품의 기초자산은 주식, 이자율, 통화(환율), 실물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100% 원금보장 ▲90% 원금보장 ▲비보장 등 보장 정도와 옵션의 종류, 투자기간 등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장상황과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탄력적인 상품구성이 가능해 일반주식보다 매력적이지만 리스크가 높다는 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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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지키려면 확실한 1개 기초자산 투자

파생결합상품 모두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수익구조가 비슷하다. 기초자산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며 약정된 구조에 따라 수익이 지급된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수익률만 보고 파생결합상품에 투자했다간 자칫 원금 모두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가 내놓은 대부분의 ELS는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며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다. 투자하기에 앞서 국내와 해외 경제동향을 살피고 수익률보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파생결합상품은 기초자산의 가치변동과 연계하기 때문에 전망이 확실한 상품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증권사 상품 판매직원 중에는 “ELS와 DLS의 경우 사실상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 흐름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손익발생조건을 확실히 이해한 뒤 투자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보장형 상품을 추천한다.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자칫 높은 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DLS는 구조가 워낙 복잡해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투자할 땐 더욱 유의하고 확실한 기초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초자산의 수가 많을수록, 증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높을수록 변동성이 크고 위험하다. 기초자산이 여러개일 경우 이 중에서 하나라도 손실발생조건에 해당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게 일반적이다.

A씨처럼 3~4개의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ELS에 투자했을 때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기준치를 하회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A씨의 경우 홍콩H지수만 급락하고 나머지 지수는 오히려 상승했지만 만기평가일에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기준치 미만인 경우에는 원금손실이 발생한다는 조건 때문에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이로 인해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처럼 기초자산의 수가 많아지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아지고 수익으로 상환되는 조건 달성 확률 역시 낮아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개의 기초자산을 사용하는 상품의 제시수익률은 1개의 기초자산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높다. 불안한 마음에 여러 기초자산을 욕심낼 경우 A씨처럼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원금손실을 줄이려면 확실한 1개의 기초자산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높은 제시수익률은 곧 높은 위험을 의미한다”며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높은 제시수익률에 따르는 높은 위험성을 이해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투자할 때 적정수익률은 물가상승률에 2~3%(세금공제 후)를 더한 수준이 적당하다”며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보다 원금을 지키고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파생결합상품은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므로 증권사가 파산하면 투자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며 “가입 시 발행증권사의 신용등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