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파고드는 유사수신의 ‘독’
“요즘 은행이자 1%도 안되는 것 아시죠? 저희는 일단 투자만 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20% 넘는 이자를 드립니다.” 참 솔깃한 멘트다. 목돈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투자하고 싶을 정도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 대상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런 금융상품은 없다. 대부분 돌려막기로 영업을 지속하다가 도피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달콤한 꾐이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유사수신 사기범들은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투자자의 지갑을 털고 있다.
“요즘 은행이자 1%도 안되는 것 아시죠? 저희는 일단 투자만 하면 원금이 보장되고 20% 넘는 이자를 드립니다.” 참 솔깃한 멘트다. 목돈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투자하고 싶을 정도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 대상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런 금융상품은 없다. 대부분 돌려막기로 영업을 지속하다가 도피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달콤한 꾐이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유사수신 사기범들은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투자자의 지갑을 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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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파고드는 유사수신의 ‘덫’
유사수신을 접하는 경로 중 가장 흔한 방법은 지인의 권유다. 회사 동료, 아는 형님 또는 오빠, 동창회, 산악회 등에서 만난 주변 인물이 자신의 투자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이다. 얘기를 들은 투자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지인이 설마 사기를 칠까 생각하며 유사수신업체를 방문한다.
대체로 유사수신업체가 영위하는 사업분야나 투자방법은 어려운 아이템이다. 복잡한 금융기법을 예로 들거나 비트코인, 해외신기술, 혁신바이오제품 등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야를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그래야 궤변을 늘어놓기 쉬워서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술 또는 투자방식이어서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른다는 얘기로 포장한다.
유사수신업체의 투자설명회를 들어봤다는 A씨(38)는 “처음 방문했을 때 비트코인을 설명하면서 이것과 쌍벽을 이루는 신개념 미래화폐라는 것을 소개받았다”며 “비트코인이 뭔지 잘 몰랐지만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사례나 뉴스를 보여주면서 이 미래화폐도 몇달 후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듣고 솔깃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아이템을 내세우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사항은 원금보장과 시세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이다. ‘원금 10배 보장’과 같은 일확천금식 홍보보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어서다. 주부나 은퇴자 중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들이 큰 수익금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유사수신업체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저명인사를 미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 군 장성,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다는 점을 부각한다. 사업이 다소 이해 안되더라도 이 지식인들이 투자했으니 믿으라는 것이다. 1조원대의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로 구속 기소된 김성훈씨(46)가 대표인 IDS홀딩스도 한 국회의원의 축하 영상을 홍보자료로 사용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사수신 피해자 B씨(57)는 “회사에 설명을 들으러 갔더니 5~6명이 앉아 있는 회의실에 영업하는 직원 한명과 회계사라는 사람이 함께 들어왔다”며 “그 회계사는 자신이 이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고 자신도 투자수익을 올리는 투자자 중 한명이라며 실제 돈이 들어온 통장내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도 투자하는 회사니 한번 투자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보험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재무설계사에도 유사수신의 마수가 뻗친다. 이들에게 직접 투자를 권유하지는 않지만 영업망을 이용해 고객을 모집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년 이상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불법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IDS홀딩스의 영업 강의를 들었던 C씨(30)는 “여기 상품은 1년 만기에 1000만원 단위로 투자하는데 월 2% 수준의 금리에서 영업사원이 재량껏 수수료를 남길 수 있었다”며 “예컨대 월 1%의 금리로 투자자를 모집하면 나머지 1%는 사원이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수료를 떼도 높은 수익이어서 투자자 모집이 수월했고 일반상품보다 수수료가 짭짤하다 보니 아예 그쪽으로 넘어가는 설계사도 가끔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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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 YTN 뉴스 화면 캡처 |
◆피해자가 가해자로… 끈적이 같은 ‘늪’
유사수신을 접한 투자자는 보통 소액투자로 시작하는데 이때 몇차례 수익을 경험한다. 회사가 신뢰를 얻으려고 초반에는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에 치고 빠지려는 사기꾼들은 이조차도 주지 않고 자취를 감춘다.
이자를 받은 투자자는 조금씩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투자원금을 높인다. 행여 투자를 그만하겠다며 원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가 생길 경우 이리저리 핑계를 대거나 투자한 기간이 길고 회사와 신뢰를 쌓았으니 수익을 좀 더 주겠다며 설득한다.
그도 아니면 원금 대신 가치를 뻥튀기한 물건이나 주식을 주기도 한다. 실제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떨치다 구속된 이희진씨(30)는 손실이 나면 두배로 보상하겠다는 말로 회원을 유치했다. 이후 실제 손실이 나 투자자의 불만이 제기되자 액면가 100원인 자기 회사 주식을 1만1000원으로 책정해 돌려줬다. 그는 이 주식이 나중에 1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거짓말도 덧붙였다.
또한 투자자에게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제안도 한다. 좋은 투자처니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라는 식으로 다단계영업을 권유한다.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라고 생각지 못한 투자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지인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판단해 모객에 나선다.
이렇게 발을 깊숙이 담그다 보면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경찰에 신고하기가 힘들다. 신고가 들어가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들리면 유사수신업체가 돈을 갖고 도망갈 수 있고 또 자신도 영업을 했기 때문에 공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현재 불법으로 의심되는 업체에서 근무하는 D씨(41)는 이 같은 우려로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조심스럽게 몇마디를 꺼냈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투자자로서 회사에 들어왔다. 나중에 가족·친지들도 내 추천으로 모두 여기에 투자했다”며 “주변에서 안 좋은 소리가 많이 들려 발을 빼고 싶어 원금 회수방법을 찾는 중이다. 그전까지는 회사가 망하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