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미국우선주의’,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왔다. 올해 상반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트럼프 쇼크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시장의 충격은 빠르게 회복됐다. 트럼프의 공약이 미국의 금리인상을 늦추고 재정지출과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미국 내 유동성이 커지면 신흥국의 수급도 개선될 수 있다. 이에 반응하듯 국내증시도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가져올 경제정책이 국내증시에 중장기적으로 훈풍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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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에도 뉴욕증시 ‘급등’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국내증시는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초 국내증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를 점쳤다. 이를 반영하듯 코스피도 2008선에서 상승 출발했다. 시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한 트럼프가 당선되면 글로벌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점차 시장의 예측과 다르게 트럼프의 당선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고 이에 따라 코스피는 장중 1930선까지 수직 낙하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7% 가까이 빠지면서 브렉시트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은 아시아증시도 흔들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5% 넘게 빠졌고 홍콩 항셍지수와 타이완 가권지수도 2~3%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에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까지 예상과 다른 대중의 선택은 이후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시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커진 점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증시는 트럼프 충격을 곧바로 회복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56.95포인트(1.4%) 급등한 1만8589.69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새벽 트럼프 당선 이후 지수선물이 급락했음에도 앞으로 트럼프가 규제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며 이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되, 세계와 화합하면서 공통점을 찾겠다”는 등 예상보다 완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공약인 감세와 적극적 재정지출, 인프라투자 확대는 적어도 재정 부담이 실제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재정지출과 투자사이클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수입수요 증가도 기대할 수 있어서 보호무역 이행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시 미국 금리인상으로 돌아갔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 또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퍽스 프랭클린템플턴그룹 선임 부사장은 “트럼프가 무역정책에서 광범위한 경제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며 “Fed가 신중한 기조를 나타내며 금리인상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융기관 간 초단기 금리인 OIS를 기준으로 전망한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트럼프 당선 후 82%에서 50% 밑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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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코스피지수. /사진제공=한국거래소 |
◆외국인 유입 가능성↑… 중장기 국내증시 ‘맑음’
국내증시도 ‘트럼프 충격’에서 바로 벗어난 모양새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낙폭을 회복하고 다시 2000선을 넘어섰고 코스닥지수도 4%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이슈가 단기에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실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구체화되려면 시간과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앞서 지난 6월 영국이 브렉시트에 찬성한다는 개표결과가 나왔을 때도 국내증시는 급락했지만 며칠 만에 낙폭을 회복한 바 있다. 아직 영국은 정부와 의회의 마찰로 브렉시트를 시작조차 못하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트럼프의 정책 위험이 단기간에 표출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공약은 의회승인이 어렵거나 실현에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브렉시트가 유로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 위험 이슈였던 반면 미국 대선결과는 그렇지 않다”며 “이에 브렉시트 당시의 코스피 최저 밸류에이션인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고려해 1940선을 밑돌 경우 강력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증시가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가 주장한 보호무역주의를 위해서는 달러 강세가 완화돼야 한다. 이때 미국의 수출은 늘겠지만 미국 내 자본이 신흥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통상 달러가치가 1단위 약화되면 신흥국 주식시장은 1.45% 상승하는 효과가 생긴다.
장화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실질금리가 금융과 경제에 부양적인 형태로 흐를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국내증시의 수급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단기에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면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