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시달리는 국내 철강업계에 곧 파란불이 들어올 거란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중국발 철강제품 공급과잉이 점차 해소 중인 데다 국내외 이슈가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적다는 분석이 이어져서다.


국내외 철강업계는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해운 등 주요 업종의 불황으로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웠고, 경기악화와 저유가기조, 점차 강해진 각국의 보호무역정책까지 겹치자 결국 지나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각국의 철강기업은 뒤늦게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업체들도 일부 부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컨설팅업체의 조언과 이를 행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힘입어 자발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동국제강. /사진제공=동국제강
동국제강. /사진제공=동국제강

◆2017년, 철강업계 이슈는
철강업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철강의 대체소재 확산, 철강 보호무역주의 대두,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주요 이슈로 꼽았다.


무엇보다 국내 철강업계 활기 회복의 관건은 중국의 과잉공급 해소다. 현재 중국의 구조조정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게 업계의 평. 중국 정부는 업체 간 합병을 주도하며 2020년까지 상위 10개사 점유율을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 덕에 공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철강제품의 가격이 오름세인 점도 국내업체에 청신호다. 수요가 비슷한 상황에서 제품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늘어나고 값이 비슷하면 품질이 좋은 제품 쪽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간 중국 철강제품은 저렴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고 국내업체는 꾸준히 품질향상에 노력을 기울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건설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탄소섬유, 비철금속 소재, 경량소재 등 철강을 대체할 신소재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변화 중 하나”라며 “국내외 철강업계에선 이런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철강 보호무역주의도 중요한 화두였다. 미국 등 주요국의 철강제품 수입규제가 강화되며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울러 보호무역을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문가들은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EU에서도 과잉공급으로 인한 덤핑물량에 주목하고 있으며 내년엔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일본을 추가 악재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하이투자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전체 수입량 중 한국산이 70%에 달하는데 현재 일본은 내수의 철강거품이 빠져 제품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다. 우리 기업의 주요 수출품목은 열연 및 냉연도금류다.


포스코베트남 냉연공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베트남 냉연공장. /사진제공=포스코

◆보호무역을 오히려 기회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은 아시아와 미국에 집중된 경향이 뚜렷하다. 하이투자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 수출 의존도는 아세안 20.6%, 중국 14.8%, 일본 11.9%, 미국 12.4%다. 올해는 인도와 미국의 규제로 감소한 물량을 EU와 아시아로 돌려 만회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무역관세 제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철강경기 개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했다. 1992년과 2001년에도 무역관세 부과건수가 정점을 찍은 이듬해부터 철강경기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의 10월 전망치에 따르면 내년엔 철강수요가 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철강수요가 20% 늘어날 걸로 전망했는데, 미국의 점유율이 10%여서 세계적으로 2% 개선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EU지역은 1.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특히 건설과 자동차가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평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7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 국제 교역이 회복되는 점을 국내 수출산업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수출증가에 힘입어 ICT·자동차·철강·기계산업의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제철 초고장력강 살펴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초고장력강 살펴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제철

◆자동차·건설 등 관련산업에 기대감
철강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개선되며 회복 중이다. 내년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분야가 매우 제한적일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조선업계가 환경규제와 경기회복, 산업재편으로 신규발주가 늘어남에도 당장의 수주절벽을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당분간 나아지지 않을 거라 판단, 후판 생산시설을 감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시장과 신흥국의 회복세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생산과 수출증가율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는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생산공정을 개선하며 체질을 바꿔왔다. 자동차업계의 경량화·친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보다 가볍지만 훨씬 강한 초고장력강의 경쟁력을 키웠다.

내년 건설업계는 주춤할 거란 전망이 이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로 공공·토목부문 수주가 줄어들고 민간건축부문의 수주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에선 기저효과일 뿐 침체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업계가 지난해와 올해 호황 속에 최고조의 투자를 이어왔다”면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전망이 좋지 않아서 부정적으로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규사업수주가 감소하며 증가율이 줄어들 뿐 평년대비 실적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이어온 체질개선작업이 내년부터 서서히 빛을 낼 걸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그동안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에 집중해왔고 첨단공법으로 철강을 만드는 만큼 시장흐름에 적응을 잘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친환경 트렌드로 자동차나 건설분야에서 이종소재 간 결합이 늘어나는 만큼 이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