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쪽으로 기울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은 자금유출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순실 게이트 발생 이후 많은 사람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해 경제정책을 추진할 구심점을 잃은 상태다. 한국경제가 트럼프노믹스, 달러강세 및 금리인상, 대북리스크, 탄핵정국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는 셈이다.


◆보험주, 내우외환에도 성장세

트럼프 이코노미로 한국증시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인 업종이 있다. 코스피시장(-1.64%)과 코스닥시장(-6.0%)이 동반 하락하는 동안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보험업종(7.01%)이다. 금리상승의 영향이 보험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 덕분이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후 채권시장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 등이 선반영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했으며 국내 국채금리 역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많은 기업과 건설업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과 예대마진 확대로 수익이 늘어나는 은행업 등은 수혜를 입는다. 특히 보험업은 전통적으로 금리상승기에 강세국면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이건희칼럼] '트럼프 덕분'에 든든한 주식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수익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보험회사는 채권을 구입해 흔히 만기까지 보유하므로 채권의 만기수익률이 높아지면 채권에 대한 이자수입이 늘어난다. 과거 판매한 보험상품에 대한 지급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수익성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또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과 환급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를 낮게 책정하므로 고객을 확보하기 유리해진다. 즉 금리상승은 자금운용수익의 상승 효과와 상품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성장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 보험사에 우호적인 환경이 된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모두 보험업지수가 국고채(3년물) 금리와 연동함을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3분기(1∼9월) 실적을 보면 생명보험사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1% 감소한 3조3896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손해보험사는 31.9% 증가한 3조315억원을 기록했다. 모든 보험회사의 총 순이익은 6조42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 늘어났다.

생보사는 부동산처분이익이 늘어나 투자영업이익이 성장했음에도 지급보험금 증가율(6.7%)이 수입보험료 증가율(2.8%)을 초과해 보험영업손실이 확대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 생보사의 경우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7.7%)는 증가했으나 저축성보험은 성장이 정체됐다.

손보사는 부동산처분이익 증가로 투자영업이익이 늘고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등으로 손해율이 84.7%에서 82.6%로 개선된 데 힘입어 순이익이 증가했다. 손보사의 수입보험료는 자동차보험에서 높은 성장률(12.8%)을 나타냈으며 일반·장기보험도 신장세를 유지해 전체적으로 양호한 증가율(4.7%)을 보였다.

지난 9월 말 기준 보험회사의 총자산은 전년 동기 말 대비 10.4% 늘어난 1022조7429억원, 자기자본은 18.2% 증가한 110조27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좋아졌다.

지난 10월에는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손해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빅5’ 손보사의 10월 순익 합계는 28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대폭 증가했다. 지난 7월 기록했던 사상 최대 순익 2882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태풍 차바 영향으로 손해액이 576억원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3.1%포인트 개선됐다. 계절 특성상 연말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태풍영향이 사라졌기 때문에 10월과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올해에는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크게 성장한 실적이 유지될 전망이다.

손해율 개선 모멘텀이 앞으로 둔화돼 내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치는 1%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로 내년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2014년 하반기 이후 해외투자비중을 늘렸기 때문에 글로벌 금리상승이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칼럼] '트럼프 덕분'에 든든한 주식

◆금리인상기 반기는 보험업계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회사의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RBC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이 하락한다. RBC(Risk Based Capital)비율은 지급여력비율(지급여력비율(%)=순자산(자산-부채+내부 유보자산)÷책임준비금)이라고도 한다.

보험사는 계약이 만기되면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나 계약자의 보험금 지급요청에 대비해 회사 내부에 돈(책임준비금)을 준비해 놓아야 하는데 실제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이 회사 내부에 어느 정도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가 지급여력비율이다. RBC비율이 300%인 보험사는 대형재해로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상황이 연속 3번 발생해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의 자본을 쌓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자산운용 중 안정적인 채권비중이 상승하면 위험이 줄어들어 RBC비율이 높아지고, 고금리상품과 주식투자비중이 상승하면 위험이 늘어나 RBC비율이 낮아진다. 손보업계는 생보업계에 비해 예기치 않은 재해로 일시적인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 RBC비율이 더 중요하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0.01% 상승할 때마다 손보사별로 RBC비율이 4~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9월 말 이후 11월 말까지 회사별로 금리가 0.074%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RBC비율은 약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RBC비율은 100%가 기준이지만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통상 RBC비율 200%를 은행의 BIS비율 8%와 동일시해 우량회사로 간주한다. RBC비율이 높을수록 지급여력이 많아지지만 RBC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자산을 매우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셈이어서 무조건 좋게 보기는 힘들다.

9월 말 기준 주요 상장보험사 9곳 가운데 RBC비율이 400% 이상인 회사는 1곳이며 ▲300~400% 1곳 ▲200~300% 6곳 ▲200% 미만 1곳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금융당국이 IFRS4 2단계 회계기준서와 신지급여력제도를 발표할 예정인 만큼 과거보다 자본력의 중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증시에서 RBC 기준 자본여력이 많은 보험사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