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는 시그널이 강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부양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몸살에 걸린다’는 속설처럼 이는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금리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고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에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머지않아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도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통화방향을 시사했다. 지난 15일 기준금리 동결 후 통화정책방향문에 ‘앞으로 기준금리 결정에 미국의 긴축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없던 문구다. 미국은 내년에만 기준금리를 3차례 더 올릴 예정으로 후폭풍이 심상찮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한은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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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사진=뉴스1 DB |
◆한미 간 금리역전 가능성… 대체카드는?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0.50~0.75%,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25%다. 미국이 3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기준금리가 1.25~1.50%로 높아져 한미 간 금리역전이 일어난다.
금리역전은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외국인 자본이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을 일으킨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인상 시 우리나라 증시에선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유출됐다. 지난달 Fed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자 외국인들은 투심이 싸늘해져 1조1900억원을 매도했다.
대외요인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도, 인상할 때도 아니다’는 중립입장을 고수한다. 한미 간 금리 차가 축소돼도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부문 외화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국내 금융시장이 안전성을 이어갈 것이란 입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연구원들은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0.3%포인트 내린 2.4%로 제시하며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성장동력이던 제조업의 가동률이 뚝 떨어진 상황에 내수와 수출부진, 정치적 혼란까지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음도 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딜레마에 빠진 한은은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미국발 금리인상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를 꼽는다. 2008년 금융기관의 출자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한은이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지원해 금융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수단이다.
채안펀드 재원은 금융기관이 조성하고 지원은 한은이 맡는다. 정부는 현재 90개 금융회사와 ‘캐피털콜’(필요할 때마다 자금지원) 방식으로 최대 10조원까지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펀드의 운용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채안펀드는 한은의 컨틴전시플랜으로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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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또 인상… 자산관리 전략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시장금리를 부추겨 대출이자 상승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는 1.51%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지난 8월 1.31%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코픽스가 오르는 요인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다. 대표 국고채인 은행채(AAA·1년 만기)의 월별 단순평균금리도 지난 10월 1.48%에서 11월 1.62%로 올랐다.
내년부터 주담대 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그달에 신규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해서 시장금리변동이 신속히 반영된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대출자는 코픽스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대출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대출은 변동금리로, 장기대출은 고정금리로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변동금리 대출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적당한 시기에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승우 KB국민은행 PB팀장은 “미국 금리가 올라도 국내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무조건 고정금리로 받을 필요가 없다”며 “변동+고정금리가 혼합된 대출상품을 선택해 본격적인 금리상승 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을 세울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금리상승기에 재테크전략도 리모델링해야 한다. 내년에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고공행진하던 부동산시장이 시들해지고 채권시장의 전성기도 막을 내린다. 부동산시장은 대출금리상승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고채도 상승세가 가속화돼 채권투자보다 주식시장에 눈을 돌려 수익을 꾀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인상에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투자처로는 뱅크론펀드(미국 저신용등급 기업대출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화 표시 채권펀드가 거론된다. 미 경제지표 개선에 따른 미국 중소형주펀드도 유망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지영 신한은행 PB팀장은 “Fed가 1년 만에 금리인상에 재시동을 걸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상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만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이 미미할 수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 추이를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