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어제(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조의연 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3시간 넘게 진행된 가운데, 법원은 오늘(19일) 새벽 4시53분쯤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를 맡은 조의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삼성그룹의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과 관련, 430억원대 뇌물공여, 횡령, 국회 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계승을 위한 계열사 합병 등에 박근혜정부의 지원을 얻는 댓가로,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이사장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특검에 이미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이날 조의연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특검팀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53개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청구된 기업 총수 구속영장이 기각돼 앞으로 이어질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어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전해들은 뒤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귀가했다.


한편 이날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나온 뒤 이 부회장의 처벌을 요구해왔던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두달여 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16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는 "사법부는 민심의 원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원 결정을 비난했다.

또 "사법부가 그간 돈과 권력이 있는 자에게 관대하고 가난하고 힘 없는 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지탄을 많이 받아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범죄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까지 기각했다는 점에서 사법부는 전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이라며 거듭 영장 기각 결정을 성토했다. 퇴진행동은 "사법부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청산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이 부회장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기각 결정은 유전무죄의 계기가 된다. 법원이 현명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며 법원 판단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