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은퇴한 A씨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퇴직금을 굴리고 있다.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원금보장이 가능한 신탁형에 연 3000만원을 넣었고 이를 통해 연 400만원의 비과세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도 대비 중이다. 만약 A씨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면 부인이 생전에 가입한 ISA도 함께 운용할 계획이다. 2개의 ISA를 운용하면서 비과세혜택을 받을 경우 절세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2. 주부 B씨는 자녀에게 저축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자녀 이름으로 주니어ISA에 가입했다. 계좌개설은 B씨가 했지만 ISA 투자비중은 자녀가 직접 선택한다. 부모 입장에선 ISA 투자수익률과 비과세혜택, 자녀의 조기 금융교육까지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 B씨의 자녀는 ISA 적금에 돈을 매달 넣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금융회사의 예금으로 갈아탈 생각이다.

#3. 사회초년생 C씨는 결혼자금을 불릴 목적으로 생애ISA를 운용 중이다. 생애ISA는 목돈마련을 위해 펀드, 파생결합 등 일임형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C씨는 주택구입 경험이 없어 주택소유자보다 ISA 비과세 기한이 길게 적용되고 자유인출도 가능하다. C씨는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내년 봄 결혼일정에 맞춰 ISA에 투자한 자금의 일부를 인출할 계획이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무능통장’으로 전락한 ISA가 올 하반기 시즌2로 재탄생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 ISA 도입성과를 분석한 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련되는 9월 ‘ISA 시즌2’의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민의 자산증식을 위한 국민계좌로 ISA를 내세웠으나 수익률 하락과 고객가입률이 크게 떨어져 흥행의 불씨를 되살릴 묘책을 찾고 있다. ISA 시즌2는 세제혜택을 늘리고 가입대상 확대, 중도인출 등 ISA의 자금운용 편의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비과세 한도가 늘어난다. 일반형 ISA는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서민형 ISA는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비과세혜택이 2배 늘어난다. 가입대상은 근로·사업소득자, 농어민(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제외)에서 은퇴노년층과 미성년자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결혼과 주택마련을 위한 주택구입ISA, 생애ISA, 직장ISA 등 특화 ISA상품 도입도 거론된다. ISA가 국민 재테크수단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니즈를 충족시킬 목적형 ISA가 필요하다는 요구에서다.

아울러 가입자가 ISA에서 운영하는 자금을 자유롭게 중도인출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지금은 ISA의 중도인출 제한기간이 5년으로 제한돼 ‘묶인 돈’이라는 평이 많지만 자율인출이 1~2회로 늘면 여윳돈이 적은 중·저소득층과 젊은층의 가입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ISA 운용수익을 ISA에 추가납입하는 성실가입자에게 가입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안과 배우자의 사망 등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ISA 가입전환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SA는 도입 초기부터 세제혜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올 하반기에는 ‘ISA 완결판’을 마련해 국민이 금융자산을 늘릴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찬밥 된 ISA-하] '시즌2' 무능통장 오명 벗을까

◆선진국에 한걸음, 세부내용은 다를 듯
ISA 시즌2는 국민계좌로 자리 잡은 선진국의 ISA를 표방한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세제개편이 급선무다.

영국과 일본은 정부가 ‘순소득 비과세 한도 폐지’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 ISA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영국은 노후자금 성격이 강한 ‘워크플레이스 ISA’에 세제혜택을 크게 부여했다. ISA로 연금을 대체하는 움직임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출시된 ‘라이프타임 ISA’는 적립금의 25%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키로 해 노년층과 서민에게 인기다.

ISA의 가입기간을 영구적으로 늘리고 자율인출도 가능하게 하면서 영국의 ISA는 1999년 도입 후 누적잔액 7300억파운드(1089조원)를 기록, 18세 이상 인구의 약 47%가 가입한 국민통장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ISA의 모델이 된 일본의 소비자투자비과세제도(NISA)도 ‘저축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을 자본시장 활성화 단계로 진입시킨 매개체로 평가받는다.

NISA는 우리나라 ISA처럼 예·적금 상품이 없고 대신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한정해 저축보다 투자에 목적을 뒀다.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투자신탁 등 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자본이득과 배당수익에 전면 비과세혜택을 제공해 부자들과 젊은층의 참여가 늘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ISA의 비과세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희망적인 것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ISA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세수를 고려해 ISA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지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에 힘이 실린다. 나아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각 금융회사도 목소리를 냄에 따라 ISA 개편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수익률 개선, 자구책 마련해야

ISA 시즌2 흥행조건으로 꼽히는 다른 하나는 수익률 개선이다. 금융회사가 ISA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국민의 가입을 독려하기 어려워서다.

일임형 ISA의 최근 6개월(지난해 말 기준) 평균수익률은 유형별로 저위험 0.22%, 중위험 1.2%, 고위험 2.8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85%인 점을 고려하면 시장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대다수다.

은행·증권사의 불완전판매와 수익률 공시오류 등도 개선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ISA 도입 초기 수천만원의 경품을 내세워 판매를 촉진했으나 계좌의 절반 이상이 잔액 1만원 이내인 ‘깡통계좌’로 드러나는 등 허점이 속속 나타났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SA 시즌2가 국민 재테크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전문적·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전략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