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더해지며 국가 방위에 필요한 무기나 장비 등을 제조·수리·가공·조립·정비·재생·개조·연구개발(R&D)하는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글로벌 안보 및 방위산업분야에서 거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선진국의 핵심기술 이전 기피가 심화되고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생산은 14조5000억원, 수출은 생산액의 13.5% 수준인 1조9500억원이다.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은 생산 2.1%, 수출 1.2%로 세계 10위권이다.(2015년 기준)

k136 다연장 로켓. /사진=뉴시스
k136 다연장 로켓. /사진=뉴시스

◆방위산업 규모 세계 10위권

외형만 보면 우리나라 방위산업 규모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이지만 R&D투자 대비 효율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요 방산제품의 핵심기술 경쟁력 분석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 자주국방을 위한 ‘국내 연구개발 우선’ 원칙에 따라 국방 R&D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정부의 국방 R&D투자 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최근 6년간 누적 규모는 13조원이 넘는다. 이는 선진국인 영국·프랑스·일본·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방예산 대비 국방 R&D예산 비중을 살펴봐도 우리나라(6.5%)는 미국(10.8%)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업 역량을 보유한 데다 막대한 투자까지 지속한 결과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방위산업 기술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86%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히 체계통합(SI) 등 일부 생산기술분야에서는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투기 ▲훈련기 ▲잠수함 ▲전차 ▲자주포 ▲대공포 ▲복합소총 등 국내 주요 방산제품에 포함되는 핵심 구성품·부품들은 대부분 수입하거나 기술협력생산에 그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제품 국산화율은 66.1%다. 화생방(94.5%), 통신전자(91.1%), 유도(81.4%)는 비교적 국산화율이 높은 편이지만 주요 핵심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분야(39.6%)에서 특히 국산화율이 저조했다.

연막 사이로 기동하는 전차. /사진=뉴시스
연막 사이로 기동하는 전차. /사진=뉴시스

◆선진국과 격차 큰 핵심기술 경쟁력

4대 무기체계분야(항공·함정·지상·유도) 12개 주요 방산제품(전투기·헬기·전차 등)에 포함된 46개 핵심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71%다. 수십년간 수십조원의 국방 R&D투자에도 불구하고 방산제품 내 핵심기술 경쟁력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큰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정부의 국방 R&D 선택과 집중전략 미흡 ▲체계종합 위주의 완제품 개발 방식 ▲국방과학연구소(ADD)개발-업체 생산의 국방 R&D 이원화 구조 ▲단위사업 내 한정된 핵심부품 ▲기술 개발방식 ▲규모의 경제 부족 등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핵심기술력이 저조한 분야 중 안보전략 우선순위 및 글로벌 비교우위를 고려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부품·기술 여부를 식별해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수준으로 시장이 크거나 경제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일반 R&D 방식을 활용하고 핵, 미사일 방어, 잠수함 등 국가안보에 위협이 높거나 경제성이 미흡한 전략분야에 대해서는 ADD 주도 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16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세계 100대 무기생산업체 중 상위 10개업체는 모두 미국과 서유럽 회사로 ▲미국 록히드 마틴(1위) ▲보잉(2위) ▲영국 BAE시스템즈(3위) ▲미국 레이시언(4위) ▲노스럽그러먼(5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49.6%에 이른다.

한국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56위) ▲LIG넥스원(63위) ▲현대위아(74위) ▲한화(82위) ▲삼성테크윈(86위) ▲현대로템(99위) 등 6개 업체가 세계 100대 무기생산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테크윈이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돼 한화테크윈으로 사명이 변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그룹의 순위는 30위권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