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다 썼어요? 연비는요?” 토요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V 또는 PHEV) ‘프리우스 프라임’ 시승을 마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건넨 말이다. 최고시속이나 가속감 따위의 의견을 나누는 여타 시승회와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대화의 초점은 한결같이 ‘효율’과 ‘경제성’에 맞춰졌고 가끔씩 디자인 얘기가 오갔을 뿐이다.

지난 12일 토요타코리아는 프리우스를 넘어서는 프리우스, ‘프라임’의 시승행사를 열고 토요타의 새로운 친환경차전략을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자신에 찬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런 눈빛도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한 PHV를 소개하는 자리여서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PHV는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HV 또는 HEV)를 뜻한다. 전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며 멀리 갈 땐 기름을 써서 엔진의 힘을 빌릴 수 있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의 중간형태다. 전기차 인프라가 확장되는 시점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차종이다.
이날 행사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커넥트투에서 출발, 행주산성을 왕복하는 70㎞가량의 코스에서 진행됐다. 갈 땐 올림픽대로를, 돌아올 땐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도심 출퇴근 상황과 주말 근교 나들이를 가정한 코스 구성이다.


◆프리우스와 차별점은

이번에 시승한 프리우스 프라임은 4세대 프리우스의 PHV버전이다. 프리우스와 프리우스 프라임은 설계의 바탕이 같은 형제 차종이다. TNGA라 부르는 토요타의 글로벌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저중심설계와 공용화를 추구한다. 주행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원가절감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물론 같은 플랫폼이어도 개별 차종마다 차별점을 둬서 충분한 개성이 표현된다.

프리우스와 가장 큰 차별점은 내외관 디자인. 앞모양은 비슷해보이면서도 인상이 다르다. 훨씬 고급스럽고 공격적이다. 계단식으로 배치된 4개의 LED헤드램프(쿼드-LED 프로젝터)와 그 아래 세로로 이어지는 LED주간주행등·안개등, 날카롭게 생긴 양쪽 램프 사이의 두툼한 플라스틱 장식이 강한 인상을 준다. 운전 중 룸미러에 비친 프리우스 프라임의 인상은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다. 왠지 빨리 비켜줘야 할 것 같은 생김새다.


옆모양은 공기를 잘 헤쳐 나갈 것처럼 생겼다. 앞은 낮고 뒤는 높다. 보닛에서 시작된 완만한 캐릭터라인은 단정한 느낌을 준다. ‘더블버블 백도어 윈도우’라고 부르는 뒷모양은 프라임의 존재감을 더하는 핵심요소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유리가 매끈하고 단순한 형태지만 프라임은 2개의 봉긋한 굴곡이 있다. 공기 흐름을 조절하고 디자인 독창성을 더하기 위한 시도다. 과거 푸조가 RCZ라는 차에 선보인 디자인이다.

뒷유리 가운데가 움푹하게 들어간 이유는 또 있다. 프리우스의 경우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리어스포일러와 와이퍼가 시야를 가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프라임은 유리굴곡을 아래로 둠으로써 이어지는 스포일러도 함께 낮췄고 와이퍼를 없애 운전 중 후방시야확보에 집중했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내부 인테리어.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내부 인테리어.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아울러 배터리가 무거워진 탓에 프리우스보다 리어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설정했다. 또 TNGA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코너링 시 스프링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뒷좌석 아래에 연료탱크와 충전시스템이 설치됐고 좌석 뒤편엔 고전압배터리가 탑재됐다. 트렁크 도어를 열었을 때 바닥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실내공간은 4세대 프리우스와 큰 차이가 없다. 센터페시아 상단 4.2인치 트윈디스플레이가 속도, 하이브리드시스템 흐름을 비롯한 여러 정보를 전달한다. 차에 탄 누구라도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운전 중 시선이 자연스러운 위치다. 토요타는 이 같은 디자인을 ‘아이코닉 휴먼테크 콘셉트’라고 설명한다. 또 활용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뒷좌석 대신 센터콘솔을 설치, 편의성을 높였다.

◆소리없이 빠르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8.8kWh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려면 2시간30분쯤 걸린다. 이때 드는 비용은 약 2500원. 이렇게 충전한 배터리로 최대 40㎞를 달릴 수 있다. 주행모드는 운전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버튼이 3개나 마련됐다.

먼저 강제로 EV모드를 활용하거나 알아서 작동되는 'EV오토' 버튼이 있고 필요에 따라 하이브리드모드로 바꾸는 'HV↔EV' 전환버튼이 따로 설치됐다. 이와는 별개로 취향에 따라 스포츠·노멀·에코모드를 조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드라이브모드' 버튼도 있다. 이를테면 EV모드와 스포츠모드를 조합하면 전기로 주행하면서도 차의 여러 반응이 빨라져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잠실에서 출발할 때 EV모드를 활성화해 행주산성까지 약 30㎞를 전기에너지만으로 이동했다. 이후 5㎞는 EV오토모드를 체험했다. 돌아올 때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확실히 전기차와 달리 불안감이 없다. 전기를 다 쓰더라도 연료통에 가득찬 휘발유를 쓰면 900㎞ 이상을 더 달릴 수 있어서다.

EV모드의 가속감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 ‘듀얼 모터 드라이브시스템’이 적용돼 빠르게 가속할 수 있도록 두개의 모터가 힘을 합친다. 이 중 하나는 발전용 모터로 쓰다가 필요할 때 반대로 동작, 힘을 낼 수 있다. 가속할 땐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속 100㎞도 여유롭다. EV오토모드는 전기모드를 우선하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많이 주면 엔진이 바로 켜지는 점이 다르다. EV모드는 저속에서 훨씬 강한 느낌을 준다.

EV구동용 배터리를 소모했더라도 HV모드에서 상황에 따라 스스로 EV모드가 작동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시스템과 같은 방식이다. 이 차엔 배기량 1798cc의 가솔린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98마력(PS, @5200rpm)을 내며 전기모터의 힘을 모두 합한 시스템출력은 122마력(PS)이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사진제공=토요타 코리아

핸들링이나 하체 세팅은 수준급이다. 차를 쉽고 편하게 몰 수 있다. 조금 과격하게 몰았을 때는 무거운 배터리와 엔진이 모두 탑재된 탓에 앞뒤 움직임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운전대를 돌리면 차 앞부분이 빠르게 반응하는데 이때 차 뒷부분이 따라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반적인 운전 상황에서는 느끼기 어려울 수준이다. 이는 휠 크기를 키우면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엔 연비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15인치휠이 기본이지만 일본에서는 17인치도 고를 수 있다.
◆레벨업한 하이브리드

4세대 프리우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71g이지만 프라임은 23g에 불과하다. 조용하고 깨끗한 데다 리터 당 21.4㎞의 연료효율은 최고의 매력이다.

토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선두주자며 프리우스는 이 회사의 간판스타다. 1997년 처음 출시돼 올 초 글로벌 누적판매 400만대를 넘어섰고 이는 토요타 전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의 40%다. 이 차를 하이브리드의 상징이라 부르는 이유다. 프리우스의 최신작 프리우스 프라임은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명성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