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은 세입자에게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였다. 이전에는 집주인이 3개월마다 전세보증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도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36년이 흐른 지금 세입자의 권익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지만 부동산시장도 변화한 만큼 현실적인 법이 필요해졌다. 이를테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2년 단위로 재계약하도록 했지만 대도시의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세입자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2년마다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세입자의 주거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전월세보증금 상한제와 세입자의 재계약 청구권을 보장한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할부처가 법무부에서 국토교통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사진=머니S DB
정부세종청사. /사진=머니S DB

◆“관할부처 국토부로” 지속 제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법무부 소관이다. 과거에는 세입자의 계약기간 보장, 집주인 변경 시 계약 승계, 확정일자 받은 집의 경매처분 시 세입자의 선순위권리 인정 등이 법률 운영의 주요 목적이었지만 수십년간 부동산시장이 급변하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시장으로 인해 주택정책 관할부처인 국토부는 관련 제도를 수시로 내놓으며 ‘11·3 부동산대책’과 같이 정책 이름에 날짜가 붙을 정도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36년 동안 단 9회에 그쳤다. 법무부가 사적영역에 공법적 관여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법을 운영해 세입자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법률 위반 시 과태료 등 행정제재가 거의 없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소송 등을 통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관련 민원이나 주거복지에 초점을 둔 반면 법무부는 법률적 판단을 내세워 정책과 법률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국토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우선변제를 받을 세입자와 보증금의 범위·기준을 국토부 산하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조정안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했다. 현행 법무부 장관이 정하던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도 국토부 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바뀐다.


민 의원은 “의정활동 중 세입자 보호를 위한 많은 목소리를 듣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만 법률이 다뤄지다 보니 심사권한이 없었다”며 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법 제정 당시는 보증금 보호나 계약기간 보장 등이 중요했던 반면 지금은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주거안정을 높이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며 이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부동산3법’을 법무부 소관에서 국토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세입자 보증금의 비현실성, 절차의 복잡성, 비싼 등기비용, 집주인의 비협조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실효성이 낮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 vs 국토부, 권한 갈등 없나

하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나 부처 간 이견이 있다면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아직까지 법사위나 법무부는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법률 소관이 바뀔 경우 이런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

민홍철 의원실 관계자는 “부동산3법에 앞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우선 추진하고 국토부와 법무부가 공동소관 법률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집주인 변경 시 대항력제도나 경매의 우선변제권 등은 법무부가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은 주택정책 부처나 지자체에서 관련 법률을 담당한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법무성 등 법무부처에서 관련 법률을 맡는다.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DB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DB

◆세입자가 실감하는 혜택은?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세입자의 권익 향상이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정책과 법률의 연계가 강화돼 대체적으로 세입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국토부는 임대차보호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중요시하는 만큼 집주인에게 유리한 정책도 내놓을 수 있다.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이 늘면서 관리비 과다청구와 같은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닌 집합건물법을 적용받아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 등이 생긴다. 만일 오피스텔 세입자도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은 법적보호를 받게 되면 1~2인가구 증가로 인한 임대차수요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반면 법무부가 과거 전세임대차 보호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검토할 당시 국토부는 전셋값 폭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4년 법무부는 전세임대차 보호기간의 1년 연장과 전월세 전환율(월세전환 시 부담률) 인하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집주인이 단기간 전세금을 올려 전셋값 폭등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