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왜 내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부정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50차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회장이 공판에서 재판과 관련된 내용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피고인 5명 중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측의 질문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특검 측에선 김영철 검사가 맡았고 삼성 측 변호인단에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송우철 책임변호사가 담당했다.

지난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5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5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 부회장은 “가정이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안됐으면 삼성전자와 내 관계가 뭐가 달라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연결이 안된다”며 “합병이 안돼 전과 같이 그대로 있어도 내가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것은 똑같고 임직원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똑같을 것이고 고객들이나 다른 주주들이 생각하는 것도 같을 텐데 이번 합병으로 나와 삼성전자 사이에 상징적이든 실질적이든 뭐가 차이가 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팀이 주장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인 변수였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수차례 “특검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양쪽 회사 간 결정에 따른 것일 뿐 본인의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등장해 양사 합병을 반대하고 난 이후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에게 합병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 보자고 건의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고객사나 파트너사 등 IT업계를 만나러 다녀보면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주는 얘기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휘젓고 다니면 회사 일이 안된다. 단기간 주가 부양만 생각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을 흔든다. 행동주의 펀드가 한번 싸우기 시작하면 CEO들과 주요 경영진이 몇달 동안 본업에 시간을 못쓰고 고생한다’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옆에서 고객사나 업계 CEO들이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또 엘리엇이 한번 물면 놓지를 않고 원색적으로 말하면 악랄한 벌처펀드라는 얘기가 있어서 경영진이 이런 데에 시간을 써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3일 다시 한번 증언대에 오른다. 신문이 끝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 간 쟁점을 최종 다투는 ‘공방 기일’이 진행된다. 양측은 유·무죄를 결정지을 주요 쟁점에 대해 마지막으로 본인들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