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트리맨 쿠퍼SD ALL4. /사진제공=MINI
‘미니’(MINI)라는 이름을 들으면 작고 귀여운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컨트리맨은 예외다. 분명 미니는 미니인데 SUV다. 머릿속을 스쳐간 그 차의 모습과 어딘가 닮았지만 분명 다른 차다. 만약 다른 회사 로고를 붙인다면 그저 닮은 차라고 생각할 사람도 많다.
변종(?) 미니는 2011년 처음 출시돼 세계적으로 54만대나 팔린 효자 차종이다. 해치백 모델과 달리 실내공간이 넉넉해진 데다 차체가 높아져서 새로운 마니아층이 생겼다.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고 다닐 수 있는 길이 늘어난 점도 인기의 배경이다.
이번에 탄 2세대 모델은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고 더 똑똑해진 첨단장비를 대거 집어넣었다. 구형의 자잘한 단점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짜릿한 운전의 즐거움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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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트리맨 쿠퍼SD ALL4. /사진제공=MINI |
◆달라진 점은
외관 디자인의 핵심은 강인함이다. 미니브랜드 특유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 포인트에 디테일 변화로 멋을 냈다. 귀여움을 강조한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각진 모양으로 변경됐고 전면의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표현했다. 아울러 LED 헤드라이트 전체를 휘감는 LED 주간주행등을 장착해 개성을 드러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장치도 필수. 신형은 루프레일을 기본 적용해 활용성을 높였다. 필요에 따라 루프박스나 자전거캐리어, 스노보드캐리어를 설치할 수 있다.
1세대 컨트리맨은 기존 미니브랜드의 정체성을 담는 데 주력했다. 여러 디자인과 재미요소를 곳곳에 배치하며 브랜드 연속성을 이어갔다. 토글스위치와 여러 버튼, 센터페시아의 속도계, 기어노브까지 모두 미니의 전유물이었다. 2세대는 이를 재해석한 점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컨트리맨만의 특징이었던 좌우 시트 사이의 레일은 오너들의 평가가 엇갈린 부분인데 결국 이번에 시승한 2세대에선 빠졌다. 컵홀더와 수납공간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의견과 자리만 차지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는데 고집을 꺾고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확보해 SUV로서의 실용성을 높인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 보이는 부분은 또 있다. 뒷좌석을 최대 130㎜까지 앞뒤로 조절할 수 있어서 앞으로 옮기면 그만큼 트렁크공간이 늘어난다. 게다가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한 채 뒷좌석을 앞으로 당기면 앞좌석에서도 뒷좌석에 탄 아이를 쉽게 돌볼 수 있어 편리하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450ℓ로 부족할 수 있지만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390ℓ까지 적재공간이 확장된다. 뒷좌석은 4대2대4 비율로 분리된다.
차체도 구형보다 많이 커졌다. 길이×너비×높이가 4299×1822×1557㎜로 기존보다 199×33×13㎜씩 늘어났다. 현대 투싼보다 작고 쌍용 티볼리보다 크지만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2670㎜로 투싼과 같다. 그만큼 실내가 넓어졌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첨단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미니 최초로 카메라기반의 전방 추돌경고장치인 ‘액티브 가드’가 적용됐다. 이는 전방 물체와의 충돌위험이 있을 때 경고등과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이를 알리고 시속 10~60㎞의 속도에서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장치다.
아울러 트렁크 아래 공간에 발을 넣는 동작만으로 손쉽게 트렁크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이지 오프너’ 기능이 탑재됐다. 트렁크 문은 원하는 만큼 열리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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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트리맨 쿠퍼SD ALL4. /사진제공=MINI |
◆즐거움 가득한 차
움직임은 꽤 즐겁다. 오르막 산길도 거뜬하다. 구불구불한 길에서 와인딩할 때 안정감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차 뒷부분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잘 따라붙어서 안정적이다. 똑똑한 4륜구동시스템과 공격적인 하체 세팅 덕분이다.
미니의 4륜구동시스템인 ‘ALL4’는 기존 전기기계식에서 전기유압식 4륜구동 클러치방식으로 변경됐다. 반응속도가 빨라져 운전의 재미가 커진다는 게 회사의 주장인데 일반적인 운전자는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뒷바퀴는 마이너스 캠버 세팅으로 격한 코너링을 대비했다. 뒤에서 바라보면 뒷바퀴 윗부분이 차 안쪽으로 기울어진 형태다. 코너링 시 차의 하중이 이동함에 따라 타이어가 땅에 닿는 부위가 달라져 접지력이 변하는 점을 고려한 세팅이다. 경주용 자동차의 타이어 각도가 일반적인 차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서스펜션은 단단하고 바퀴가 커서 코너링 상황에서 흔들림이 적다. 그럼에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처럼 외부 충격에는 부드럽게 대응한다. 차가 통통 튀지 않아 불쾌함이 없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엔진 성능도 만족스럽다. 가속 시 엔진 사운드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힘은 더 세졌다. 트윈파워터보기술이 적용된 배기량 1995cc의 4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의 힘을 내며 8단자동변속기가 재빠르게 전달한다. 일반모드에서 변속은 약간 답답하지만 스포츠모드는 빠릿빠릿해서 강한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컨트리맨에만 적용된 신기능도 즐거움을 더한다. ‘미니 컨트리 타이머’는 까다로운 지형을 주행할 때 운전 난이도를 기록해 시각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시간과 주행빈도 등의 데이터를 운전자에게 보여준다.
한층 성숙해진 컨트리맨은 미니의 디자인 요소를 남겨두면서 대중에게 어필할 요소를 두루 담아냈다. 불필요한 치장은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을 고급화했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넓은 속을 자랑하는 뉴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 ALL4의 가격은 5540만원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