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리바트가 올 1분기 매출 5048억원을 올리며 처음으로 가구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현대리바트가 올 1분기 매출 5048억원을 올리며 처음으로 가구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S리포트] 한샘 누르고 사상 최대 실적… 현대리바트 '첫 1위'

올 1분기 가구업계에 깜짝 이변이 일어났다. 현대리바트가 부동의 1위였던 한샘을 밀어내고 실적 1위를 기록한 것.

올 1분기 한샘의 매출은 4859억원, 현대리바트는 5048억원으로 처음으로 매출 순위가 역전됐다. 한샘이 조직을 개편하는 등 내실을 다지며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는 동안 현대리바트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현대리바트가 한샘의 시가총액 12.9% 수준에 불과함에도 매출을 뛰어넘은 것에 가구업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대리바트의 최근 3년간 실적은 ▲2021년 매출 1조4066억원, 영업이익 202억원 ▲2022년 매출 1조4957억원, 영업손실 279억원 ▲2023년 매출 1조5857억원, 영업손실 199억원이다.
최근 3년간 현대리바트 실적 추이. /그래픽=강지호 기자
최근 3년간 현대리바트 실적 추이. /그래픽=강지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까지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호조를 보였으나 2022년과 2023년은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거래량 감소와 인건비, 원자재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MDF, PB 등 합판의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30%가량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에는 2021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수주한 카타르 가설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이 반영됐다. 지난 5월30일 현대리바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공동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손해·미정산 금액을 청구하는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청구 금액은 228억원 규모다.


현대리바트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 제품 가격에 원자재 인상률을 반영하고 기업 간 거래(B2B)를 확대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B2C 고급화로 승부수… 업계 최초 3년 무상 A/S

전통적으로 리바트는 B2B 빌트인 가구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소비자 거래(B2C)도 판매 호조를 보이며 매출을 견인했다. 전년 대비 올 1분기 B2C 분야 매출의 경우 침대 16%, 장롱 28% 증가했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계속되면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다. 프리미엄 제품이나 저렴한 가성비 제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고객이 나뉘는 것이다. 현대리바트는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브랜드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리바트는 고급원목 소재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고가의 '마이스터 컬렉션'을 내세워 브랜드 고급화를 꾀했다. 사진은 마이스터 장인이 5축 CNC 머신으로 제품을 다듬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리바트
현대리바트는 고급원목 소재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고가의 '마이스터 컬렉션'을 내세워 브랜드 고급화를 꾀했다. 사진은 마이스터 장인이 5축 CNC 머신으로 제품을 다듬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리바트

우선 지난해부터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3년 무상 애프터서비스(A/S) 정책을 도입했다. 통상 1년, 최대 2년 수준인 소비재 시장에서 3년 무상 A/S는 꽤 파격적인 조치다. 여기에 해외 유명 가구 브랜드 수준의 고급원목 소재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고가의 '마이스터 컬렉션' 등을 전략 제품으로 내세웠다. 이는 곧 일반 제품도 고급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브랜드 고급화 '낙수효과'를 끌어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시기적인 호재도 한몫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이사 후 리모델링하는 구매 형태에서 벗어나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인테리어를 고쳐서 이용하려는 고객층이 크게 늘었다"며 "추가로 코로나19 때 사들였던 가구가 4~5년이 지나자 교체 주기가 되면서 B2C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실적 상승 요인을 분석했다.

현대리바트의 실적은 앞으로도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B2B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월 현대리바트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총 5000만달러(약 663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정유공장 가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리바트는 올 10월까지 아미랄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 사무실, 부대시설, 창고 등 정유공장의 기반 시설과 전기·통신 등의 설비 구축을 맡게 된다.

다만 현대리바트가 가구업계에서 계속 1위 자리를 지켜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택매매거래량이 차츰 회복되면서 경쟁사의 매출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리바트의 깜짝 1위가 연말까지 쭉 이어질지 '반짝'으로 끝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