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영풍이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수성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7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주총에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다.

상법 369조 3항은 자회사가 모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면 모회사가 의결권을 상실하는 상호주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23일 임시 주총에서도 SMC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해 현 경영진 측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등 주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반발한 MBK·영풍은 곧바로 'SMC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여서 상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임시 주총에서의 결의를 무효화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달 초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시주총 결의를 무효화했다.


고려아연은 이번엔 유한회사인 SMC가 아닌 주식회사 SMH를 통해 다시 한번 의결권 제한에 나섰다. MBK·영풍은 또다시 반발하며 의결권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 17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이번 재판부는 SMH는 주식회사의 성격을 띤 만큼 상법 369조 3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번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 40.97% 가운데 영풍이 단독으로 가진 25.4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안건 등을 통과시켜 이사회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신설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YPC)를 설립해 상호주 제한 회피 방안을 강구해서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이지만 향후 주총에서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MBK도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때까지 계속해서 임시 주총 소집 등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양측이 가처분 외에 본안 소송을 벌이게 되면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전망이다.